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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탈북자를 위한 콘서트
[183호] 2015년 02월 01일 (일) 박보영 @
통일이 비전인 교회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저를 초청해 주셨습니다. 교우들 중 상당수가 탈북을 한 새터민입니다.
목사님은 저에게 부탁을 하나 하셨습니다. 버거병에 걸린 탈북인 형제가 있는데 그 형제만을 위한 공연을 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꺼운 마음으로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노래는 틈과 간격을 이어주고
그가 사는 곳은 정부에서 새터민을 위해 지은 작고 깨끗한 아파트였습니다. 문이 열리자 옴폭 들어간 눈과 깡마른 체구의 한 남자가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현관문을 여는 손간 퀴퀴한 냄새가 발길을 잠시 주춤하게 했습니다. 집 안 풍경은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데 이불이나 옷가지 양말 등 한 번도 세탁을 하지 않은 듯이 이 구석 저 구석에 몽골몽골 피어나는 역한 냄새는 이내 소망이 사라진 한 남자의 절망과 맞닿아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환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런 행동이 상처가 될까 싶어 방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목사님께서 형제의 안부를 묻고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형제는 고개를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을 보며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 너머로 힘겹게 다른 세상에 적응해 가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하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는 평화로 노래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 땅 위의 험한 길 가는 동안 참된 평화가 어디 있나/ 우리 모두다 예수를 친구삼아 참 평화를 누리겠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목사님의 기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를 아느 냐고 물으니 노랫말은 좀 다르지만 북한에서 나름 유명한 노래라고 했습니다. 저는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노랫말에 대해 잠시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이후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 이 노래에 담겨져 있다고. 그리고 노래 중간에 이런 이유를 다 이루지 못한 우리를 위해 예수님이 오셨고 그래서 이 노래를 가스펠적인 접근으로 불러 보겠다고 했지요.

놀라운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전혀 반응이 없던 형제가 노래 중간에 허밍으로 따라 불렀습니다. 우리의 틈과 간격을 ‘노래’가 이어주고 있었습니다. ‘상한 형제의 영혼을 주여 받아 주소서’! 사랑 없는 세상에서의 지난날이 사랑을 위한 전주곡이 되게 해 달라는 간곡한 기도가 제 입술을 통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형제가 들려준 탈북자의 현실
형제는 버거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버거병은 주로 동상으로 인해 손과 발의 신경이 죽어 감각이 사라지는 병입니다. 형제는 다리를 제대로 못쓰고 있었고, 그 마비가 계속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형제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중국과 동남아를 떠도는 탈북자들 대부분이 동상으로 인해 발가락이나 발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탈북이 대개 겨울에 이루어지는 까닭입니다. 북한 경비군과 중국 공안들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 다니며 오랜 밤을 지새우다 생기는 병이 버거병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초를 이겨내고 대한민국에 왔지만 평화는 멀기만 했다고 그는 말합니다. 자유 앞에 한없이 초라해지는 현상들, 그래서 찾아오는 무서운 영적인 병 ‘자살’. 형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자유를 얻었으나 새 아파트 속에서 도리어 다리를 쓸 수 없음을 비관하여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가 몇 번이고 저 아래를 내려다보며 속으로 숫자를 헤아렸다고….
차마, 차마 눈앞에 아른거리는 북에다 두고 온 딸 생각에 투신을 못하고 다시금 기어서 집으로 내려왔다던 절절한 이야기. 형제는 딸을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정말 기적적으로 딸을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아비와 딸은 얼싸안고 울었지만 그 감격도 길지 않았다지요. 경제적인 어려움과 탈북인들 간의 사기와 사건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휘말리게 되고 자유란 그렇게 멀고 먼 여행인가 싶은 잔혹함이 늘 분신처럼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행여 탈북에 성공해 자유라는 틀 속에 들어와도 버거병 같은 무서운 병으로 죽어가는 형제를 보며 멀리 선교도 중요하지만 가까이 우리네 피붙이들, 우리의 형제들을 더욱 살피고 살피는 참 사랑의 공동체인 우리들의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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