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 전국재 소장 부부

어린 시절을 기억해보라. 동네 아이들과 놀았던 그 시절. 아이들은 나뭇가지, 돌멩이 등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놀이를 ‘개발’해냈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규칙을 정한다. 술래가 되기도 하고 깍두기가 되기도 하고, 놀이 속 역할은 고정되지 않고 확대되고 변화된다. 그래서 서러울 일도 없고, 자고 나면 다시 놀러 나가게 된다.

부부가 함께 ‘놀이문화’ 연구
이런 ‘놀이’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평생 함께 뛰는 이들이 있다.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www.ilf.or.kr) 전국재 소장과 우영숙 수석연구원 부부. 1992년 연구소를 세웠으니 2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놀이에 몰두해온 셈이다.
“이 시대의 아이들이 놀이를 잃었지요. 선택을 할 수도 없었으니 ‘박탈’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네요. 이것이 비극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규칙도 배우고, 창의력, 공동체성 등을 키우는데 정작 그것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놀이를 앗아갔습니다.”
수석연구원 우영숙 박사도 말한다.
“놀이는 억지로 할 수 없지요. 자발성, 자기주도성,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연합이 그것을 통해서 자라납니다. 그러니 놀이는 그냥 놀이가 아니지요. 놀이는 교육을 넘어서는 어린이들의 특권이며 삶입니다.”
그래서 전 소장 부부는 지금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놀이를 만들고 청소년 지도자들에게 교육을 하고 책을 펴내며, 실제로 캠프나 놀이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신나게 논다.
“우리 캠프와 교육은 정말 ‘놀이’에 초점을 맞춥니다. 온라인 시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놀아본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이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그냥 몸으로 체득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바르고 올곧게 크지요.”
실제로 그렇게 만났던 학생들이 잘 성장해 자신들의 진로를 잘 찾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그중에는 연구소 간사가 되어 헌신하는 이들도 많다.

공동체 통해 자신을 찾는다
전 소장 부부가 이렇게 청소년 놀이문화 교육에 앞장서게 된 이유는 사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YMCA 대부인 오리 전택부 선생의 아들인 전 소장은 예수님을 만난 후 ‘사람’이 도구가 되고 대상이 되는 교육의 현실을 보게 되었다.
“비교와 경쟁, 인격적이지 못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해결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가운데 ‘공동체’가 빠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소그룹 동아리 활동, 캠프를 통해서 이 땅의 청소년을 살릴 수 있다는 해법을 주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공동체를 통해서 한 사람을 만나고, 한 사람을 세우고, 그 안에서 아름답게 교제하게 될 때 가장 자기다운 ‘나’를 찾게 되는 것.
이를 위해 전 소장은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이어 미국에서 교육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신의 몫은 목회영역이 아니라 바른 교육을 심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자라게 하는 것이었기에.
또한 “21세기는 캠핑시대라고 기독교교육학자들은 말합니다. 21세기의 화두인 자연, 공동체, 레저, 몸에 대한 이야기를 캠프 안에서 다 할 수 있지요”라고 답한다. 현재 연구소는 메아리 캠프 외에도 주말 놀이학교인 메아리 학교, 청소년 동아리, 가족캠프 및 청소년 지도자 교육과정인 ‘아자! 사회적 기술개발 행복한 만남과 사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와 가정에도 놀이 회복되어야
“오늘날 수많은 어린이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에게서 자연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린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립니다.
“어린이들에게 자연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것, 이것이 바로 놀이가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린이들이 자연에서 친구들과 뛰놀면서 삶의 지혜와 덕목을 은연 중에 배워나갔듯이요. 그러면서 점차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갈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세대를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은 따라서 학교만이 아니라 가정과 교회도 포함된다.
“자녀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우선 행복해야 합니다. 자녀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주기보다는 엄마 아빠가 먼저 재미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부모가 즐거우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고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그런 가정에서는 무엇을 하더라도 늘 즐겁습니다.”
또한 교회를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영혼을 귀하게 보는 시선을 회복해야 교회에 아이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전국재 소장은 교회 안에서의 놀이문화 회복을 위해 계속 컨텐츠를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하나님 나라를 연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평강의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을 맘껏 누리며 사는 ‘놀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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