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이 특별한 시간에, 아프리카 말리에서 사역하던 중 지난 6월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권지상 선교사가 남긴 유서가 생각납니다.
99%가 무슬림인 소수민족 ‘보조족’을 아내와 함께 최선을 다해 섬기면서, 권 선교사님은 언제 죽을지 모를 생명의 위협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유서를 써놓고 살았다고 합니다. 말리는 오랜 종족갈등으로 내전이 일어나 여행 금지구역으로 구분된 곳이기도 합니다. 서른다섯살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여 4년이란 짧은 선교사역 기간이 아쉽지만, 그가 남긴 유서는 큰 깨달음을 줍니다.

“제가 선교지에서 만약 순교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저를 아끼는 많은 분과 저의 죽음으로 인해 인간적으로는 잠시 같이 있지 못해 슬프지만, 천국에서 큰 상급을 받고 있을 저를 생각하면서 기쁨으로 장례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각막과 장기 기증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선교지에서 가능하다면 선교지 사람들을 위해 시신이 쓰여졌으면 좋겠고, 가능하지 않다면 화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녀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 때 가장 가치 있는 일’은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과 ‘그 하나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축복하며 ‘소풍과 같은 삶’을 잘 마무리하여 ‘천국’에서 뵙길 기대합니다.”

권 선교사는 우리의 삶을 ‘소풍’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소풍’은 어린 시절 우리를 들뜨게 하는 기쁨이었습니다. 이 세상을 살 때, 권 선교사의 유서처럼 이렇게 ‘소풍’ 나온 것처럼 살다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나게 되면 모든 것 다 놓고 주님 앞에 서게 되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때 우리가 부끄러움 없이 주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살아야겠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장 24절)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아름다운동행 감사운동추진위원장으로 감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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