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성숙
원인이 어떠하든 결핍은, 영혼의 성숙을 낳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 깊이를 잴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일까요. 내가 아는 사랑이, 사랑이 아닐 가능성이 거의 다가 아닐까…, 내가 아는 게, 아는 게 아닐 가능성이 거의 다가 아닐까….
그런 상큼한 의문에 인생으로 산다는 게 어리석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어리석음마저 영혼을 아름답게 하는 도구로 사용하시는 역설적인 하나님을 엿봅니다.

어리석은 다람쥐
가을 날 다람쥐는 월동준비를 위해 이산 저산을 뛰어다니며 도토리를 주워 땅을 파고 묻어 둡니다.
구름 보고 땅 보고, 끄덕끄덕 도토리의 위치를 기억해 두는 듯한 다람쥐의 모습. 영락없는 개그 콘서트 한 장면입니다. 바람은 불고, 구름은 제 갈 길을 가고.
추운 겨울, 벗은 나무 가지 위로 눈꽃이 필 무렵 다람쥐는 더욱 분주해집니다.
울창하던 숲이 옷을 벗으니 지형지물이 달라지고 눈까지 산을 하얗게 덮으니 다람쥐는 길도 헷갈리고 기억도 하얘집니다.
온 산을 뒤지듯 자기가 묻어둔 도토리를 찾아 헤매는 다람쥐. 결국, 그 많은 도토리 2000여 개 중에 400여 개 정도 밖에 못 찾아 먹는다고.
그렇게 다람쥐가 찾아 먹지 못한 도토리 때문에 산이 푸르다는 것이지요.
다람쥐의 어리석음을 사용하시어 산을 푸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보며 인생길에 만나는 결핍 너머로 영혼을 푸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봅니다.

인생이란, 영혼의 학교
한 여름의 무더위가 고통스럽다며 무더위를 사라지게 한다면 가을은 뜸 못 들인 밥이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에서 만났던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그들의 삶이 한 여름날의 고통스런 무더위를 지나는 인생으로 보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을을 선물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을을 선물할 수도 없고 행여, 그래서도 아니 될 일이지요.
만물은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운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는 결핍의 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결핍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과 그 너머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영혼의 성숙을 일구시는 인생이라는 텃밭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그 가치를 노래함으로써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시간일 것입니다.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마치면 저는 속으로 ‘무슨 위로가 되었을까’하는 생각에 늘 고개가 떨구어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저와 많이 다릅니다. 요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열 때면 이전에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대상자였던 분들이 기도로 몸으로 재능으로 재정으로 섬겨주시곤 합니다. 그 풍경이 감사해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섬기시면서 새 힘을 얻고 새 용기를 내시고 눈물의 양보다 웃음의 양을 더 보여주시는 모습에 감사의 기도가 더해집니다.
이렇게 우리의 영혼이 점점 푸르러 가고 아름다워져 가고 사랑이신 하나님을 닮아가는 걸 봅니다. 지극히 작은 자의 미소 너머로 세상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영혼의 산책 같은 인생이라는 경험. 인생이란, 하나님을 배우기에 참 좋은 영혼의 학교 같습니다.
영혼의 학교에서 고난과 결핍은 필수과목인 듯합니다.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우리는 자빠져도 ‘사랑 속’입니다. 오직, 감사뿐입니다.
어리석은 우리를 잘 아시는 하나님. 어리석음마저 영혼을 위한 훌륭한 도구로 사용하시어 결국, 우리로 잘 익은 사랑으로 당신을 닮게 하시는 성실하신 하나님. 우리들 편에서 볼 때, 하나님도 참 어리석으신 아름다움이십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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