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 시(詩)치료 후 시화전 및 시낭송

고봉중고등학교(교장 한영선)의 또 다른 이름은 서울소년원입니다. 미성년이지만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또는 우범소년을 대상으로 교정교육을 하는 법무부 소속 특수교육기관이지요.
이 고봉중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시낭송회가 열려 다녀왔습니다. 지난 10월 2일 열린 ‘꿈을 향하여 날아오르다’ 시낭송회. 서경숙 소장(서경숙예술치료연구소)과 정대인 목사(새삶교회) 및 상담학 박사과정의 전문상담사가 4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24주간 ‘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직접 시를 낭송하도록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집단상담프로그램 회기 가운데 자신들의 정서를 ‘시’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주목할만한 시가 꽤 많았습니다.
‘시’를 짓고 낭송한다고 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며 고개를 저었을 까까머리에 심지어 어울리지 않는 문신까지 한 아이들이 파스텔로 직접 자신들의 시화전을 개최하고, 자신의 시를 담담하게 읽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내 나이 열일곱 그 중 7년을/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은 나/집에 안 들어가고 방황을 하던 나/훔치고 때리고 빼앗을 때마다/부모님 가슴에 하나하나 박히던 못/이제 나의 꿈은/그 못을 하나하나 빼는 것이다.”
블랙룡이라는 별칭을 가진 아이는 ‘꿈’이란 주제의 시를 저렇게 발표했습니다. 대부분 후회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많았는데, 환이란 별칭의 아이의 ‘아프지 마’란 시에는 그런 감정이 온전히 담겨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겐 그립고
누군가에겐 따뜻한
나에겐 가슴 아픈 한 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지금은 듣지 못할 한 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
때 늦은 지금
가슴 치며 외쳐본다.
아빠도 아프지 마.

또한 아이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도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 - 무지개

아들아, 실수해도 괜찮아
너는 아직 자라는 나이잖니
실수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란다

아들아, 네가 실수를 해도
너는 내게 하나뿐인 아들이니 괜찮아
네가 무슨 실수를 해도
아버지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괜찮아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아이들은 분노와 절망감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를 쓰면서 자신들의 부정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아이들이 꿈을 찾게 되고 또래 아이들 같이 웃게 된 것, 그것이 참 감사해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상담사들은 말했습니다.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한 순간도 있었고, 자원봉사임에도 불구하고 24주 동안 매주 목요일 꼬박 자리를 지키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시간의 십일조를 드리면 분명 그곳에 생명이 살아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또한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로 인해 제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을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쓰게 하면 분명 회복이 시작될 거라 믿었습니다.
“시는 마음의 소리입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썼기 때문에 이런 시가 나온 것이지요. 이제 아이들이 정말 꿈을 향해 날아오르길 바랍니다.”
시 낭송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 아이가 수줍어하며 편지지 한 장을 선생님 손에 쥐어주더군요.
‘신께 드리는 기도’란 제목의 그 시 말미에는 이런 싯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나이를 주세요
장담할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있게
나이를 주세요
지난 과거들은 잊고 새 출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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