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 씨는 아들이 언제 예수님을 마음으로 깊이 만났는지 잘 모른다. 대학에 다니며 신앙생활의 모습이 좀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신학대학원을 가겠다고 할 때는 정말 놀랐었다.
“그래,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니?” “이건 잘 생각해보고 결정할 일이야”라며 한 해를 붙잡아 두었었다.

노래방 복음성가
그즈음 모처럼 가족이 모여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게 되었다. 아빠는 옛 생각이 나는지 70, 80 시대의 ‘긴 머리 소녀’ ‘사랑이야’를 구성지게 부르고 민아 씨도 화음을 넣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그런데 모니터 자막에 ‘성령이 오셨네’가 뜨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야, 이런 찬송도 나와?”
반주에 맞춘 아들의 노래는 알고 있는 찬송가가 아닌 복음성가 ‘성령이 오셨네’였다. 후렴이 다이나믹한 그 찬양을 감격적으로 부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아, 하나님이 하시는구나’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욥 같은 아저씨
이런 일도 있었다. 전화로 이어지는 아들의 얘기 내용이다.
“감사절에 좋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길에서 불쌍한 아저씨를 만났어요. 배도 고프고 갈 집도 없대서 룸메이트랑 의논해서 집에 데려왔어요. 그런데 샤워하고 나온 걸 보니 몸에 전부 피부병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부인도 떠났대요. 정말 욥 같지 않아요?”
여기까지 듣고 민아 씨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게 어떤 병일지 모르니 보건소에 데려가는 게 좋겠다고. 그러자 벌써 그렇게 했고, 입소문이 나서 대학원 급우들이 음식 값을 조금씩 준다며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순진무쌍한 아이…̓ 이 아저씨와 함께 하니 이번 감사절이 더 의미 있다며 새로운 경험에 흥분돼 있었다.

엄마 잘 사세요
교회 사역을 벅찬 감동으로 해나가며 긴 신학대학원 과정을 마쳐갈 즈음, 아들은 결혼을 생각해 볼 사람을 만났다고 감사가 이어졌다. 이젠 어린 나이도 아니고 신앙의 깊이도 좀 성숙해진 것 같은 분위기~ 민아 씨는 이 좋은 때 갑자기 묻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아빠가 먼저 하늘나라 가면 엄마는 어떻게 하지?”
내심 ̒큰 삼촌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산 것을 아는 아이니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아들은 “엄마 그냥 잘 사세요. 엄만 잘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즉각적인 대답에 놀라 있는데 이어지는 말이, 같은 동네는 몰라도 한 집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가볍게 해본 말이긴 하지만 신앙무드가 한참 좋은 아들의 단호한 거절에 민아 씨는 서운함이 올라와 저녁 내내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아들이 진지한 얼굴로 다가왔다.
“어젯밤에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진짜 그런 날이 오면 어떻게 할지. 그런데 주님 붙잡고 사는 게 맞아요. 모든 것 되시는 주님은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위로와 평안을 주신다고 했잖아요. 우린 다 그렇게 살아야 해요.”
한 밤을 고민한 답은 이제 확신에 차 있었다.
또, 성경에 부모를 떠나라고 했으니까 따로 사는 게 맞는 거라고.
민아씨는 결혼을 생각하는 아들이 이렇게 마음으로 준비되는 게 싫지 않았다.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남에게 거절하는 게 쉽지 않은 아이였는데, 신앙은 말씀을 기준으로 삼고 분별할 힘을 주었나보다.

전영혜 객원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