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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마지막 돌보기'
[179호] 2014년 10월 05일 (일) 김이진 @
   

오지현. 그녀와의 만남은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구역장님을 통해 병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165센티미터 키의 40대 여인이 35킬로그램의 몸무게로 커다란 눈망울을 하고 나타났을 때 사정도 모르면서 왜 그토록 슬펐는지 모른다.
자궁경부암으로부터 시작된 암이 온몸에 퍼진 말기 상태라며 지금은 한방치료로 좀 호전되어 혼자 식사도 하고 병원을 오간다고 했다. 성경공부를 기꺼이 하겠다기에 매주 목요일 그녀의 집근처 카페로 약속을 정했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부모 형제가 아무도 없고 그녀의 손길이 필요한 7살 딸아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2백만 원에 월세 40만원이란다. 마치 버려진 사람들처럼 아픈 엄마와 어린 딸이 몇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돌아오는 길 내내 중얼거리며 투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뭐예요. 하나님! 이 모녀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무슨 말로 사랑의 하나님을 전할 수 있지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이 사람들과 나를 만나게 하기까지 내게 준비시키셨다. 그건 다름 아닌 인생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게 하셨고, 아픔을 함께 느끼며 그녀의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돌보게 하신 것이다’라고.
지현 씨는 몸이 위태로운 가운데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며 참된 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원을 확신한 다섯 번의 만남이 기적처럼 이루어진 후, 그녀는 척추 뼈에 이상이 생기며 걷는 것마저 힘들게 되었다. 이제 할 일은 호스피스에 연결하는 일이었다.
마침 남편이 매주 봉사하고 있는 샘물 호스피스에 자리가 있어 들어가기로 하니 딸아이에 관한 문제가 남게 되었다. 엄마가 병원에 있을 때마다 이곳저곳에 맡겨져 간신히 유치원을 다닌 아이,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혼자 이 세상을 살아나가야 할 딸아이, 그 아이를 생각하며 지현 씨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울며 지냈을까. 지현 씨는 그 아픈 몸으로 동사무소를 찾아가 복지사와 함께 보육원을 한곳 정해 놓았다고 했다.
그날, 나는 ‘여종의 비천함을 돌아보아 달라’고 어느 때보다 힘없는 기도를 하며 돌아왔다.

딸아이는 어디로
그런데 다음 날, 지현 씨와 딸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가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고 하며 문득 우리 교인 중에서 입양을 원하는 가정을 찾는 것이 우리 일인 거 같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지현씨는 ‘잘 믿는 가정임이 한눈에 확실한 집, 여자아이니 형제보다 자매가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있었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마치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명령과도 같았다.
지혜가 필요하고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 그날 저녁 사모님을 만나 교회 안에서 아이를 맡을 가정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곧 담임 목사님께 전해져 주일 오후예배에서 광고가 되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미 예비하신 사람을 그 자리에 두고 계셨다. 청년부를 담당하시는 곽 목사님 가정이 오래 전부터 입양을 약속하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았다. 10살, 7살, 4살의 세 공주를 둔 것도 그 기도에 합하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월요일 이른 아침, 온몸이 떨리며 눈물의 감격을 주체할 수 없는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지현 씨의 딸아이를 보육원이 아닌 곽 목사님 댁으로 데려다 주었다. 바로 둘째 딸과 함께 유치원에 다니게 된 것이다.

마지막은 외롭지 않게
환한 얼굴로 샘물 호스피스로 간 지현 씨는 이제야 자신을 돌아보며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통증이 와도, 말기라는 선고를 받아도 아이 생각 밖에 할 수 없었을 지현 씨가 이제는 천국을 그리고 소망하며 조금 가볍게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었으리라. 지현 씨는 호스피스에서 딸의 입양 서류를 직접 서명하며 이름도 목사님 댁에서 준비한 ‘곽다온’으로 하였다.
딸의 자리가 정돈되어갈 즈음 지현 씨는 자신의 장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부탁했다. 그러고 얼마 후 목욕 봉사를 받고 현악 연주를 들으며 손을 모아 작은 박수를 하며 눈을 감았다.
“지현 씨, 거의 다 왔어요. 그동안 많이 애쓰고 수고했어요. 이제 주님 손잡고 가세요. 딸 걱정은 하지 말구요. 목사님 댁과 저희가 돌볼테니까요.”
이렇게 말하는데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평안하고 조용하게 하나님께 돌아갔다.
추모공원에서 화장을 하고 모든 순서가 끝날 무렵, 지현 씨 작은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선언하였다. “우리도 하나님 믿고 천국가자. 모두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지현 씨의 마지막을 돌본 손길들을 보면서 나온 말이리라.
“지현 씨, 잘 가요. 그리고 미안해요. 잘 몰랐겠지만 내가 중간 중간에 꾀부리고 딴 짓도 했거든요.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김이진(동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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