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쉘위 댄스·어둠 속의 댄서·빌리 엘리어트

유난히 슬픈 일들이 많았던 올해, 국가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그래서 잠시 근심을 내려놓고 위로와 비타민 충전이 될 ‘춤’ 영화들을 추천한다.

‘백야’
먼저 ‘백야(테일러 핵포드 연출, 1985)’.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한 때는 반공영화라고 오해를 받았던 적도 있지만 사실 억압을 넘어서 예술의 자유를 추구했던 한 무용가의 이야기로 봐주면 족할 것 같다. 세계적인 발레리노 니콜라이(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분)는 표현의 자유를 찾아 조국 소비에트연방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해외공연차 탔던 비행기가 소련 땅에 불시착하게 되고 다시 그 땅에 억류당하게 된다. 인생의 절대 좌절의 순간 그에게 다시 힘을 넣어준 것은 춤을 통해 교감하게 된 친구였다. 그를 통해 니콜라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얼어붙은 땅을 탈출한다.


‘쉘 위 댄스’
다음으로 ‘쉘 위 댄스(수오 마사유키, 1996)’. 무기력증에 빠진 중년의 남성 수기야마(야쿠쇼 고지 분)는 퇴근길에 우연히 사교댄스 교습소 창가에 어른거리는 여인 마이(구사가리 다미요 분)를 발견한다. 번번이 바라만 보다 용기를 내서 학원을 방문한 수기야마는 결국 춤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부인과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이런 자신의 변화를 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춤은 이제 그에게 있어 누구에게 인정받거나 보여주어야만 하는 과업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춤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 역시 관객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함께 추시겠습니까?”

‘어둠 속의 댄서’
세 번째 영화는 ‘어둠 속의 댄서(라스 폰 트리에, 2000)’. 작품성과 예술성에서 공히 인정받은 이 영화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한 이주 여성 노동자의 삶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체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셀마의 유일한 삶의 기쁨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춤과 노래의 상상 속에 빠지는 것이다. 뮤지컬은 매우 고통스러운 공장 노동과 삶의 나락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흐른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이 영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빌리 엘리어트’
마지막으로 ‘빌리 엘리어트(스티븐 달드리, 2000)’. 동명의 뮤지컬로도 제작된 이 영화는 노사분규로 시끄러운 영국의 쇠락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빌리는 얼마 전 엄마를 잃었다. 아빠와 형은 광산파업의 주동자로 어린 빌리에게 따뜻한 눈길조차 줄 수 없는 각박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 빌리에게 우연한 기회에 발레를 접할 기회가 생긴다. 아버지는 절대 금지시켰지만 빌리는 몰래 발레를 배우게 된다. 빌리 안에 내재되어 있던 리듬감과 표현력은 마침내 선생님에게 인정받게 되고 왕립발레학교에 입학할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빌리의 아버지는 결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눈 오는 밤 텅 빈 체육관에서 혼자 춤추는 빌리를 보았을 때 그는 더 이상 빌리를 만류할 수 없었다.
탄광촌의 미운 오리 같은 어린 소년이 백조 같은 불세출의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이 이야기를 통해 가슴 속에 가라앉아 있던 뜨거운 그 무엇을 느끼시길 기대한다.
다윗 왕은 하나님의 법궤를 보고 몸이 드러나는 것도 모르고 춤을 추었다. 즐거우면 춤을 추게 된다. 이 가을 추천해 드린 영화와 함께 춤을 추며 힘든 일상을 잘 살아내시길.

김성권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연세대 사회학과 대학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MFA를 마쳤다. 미디어선교회 ‘히즈앰티’대표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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