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20대 후반이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온 현영이 믿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주위에서는 당연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영이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는 신앙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함께 스포츠를 하며 여가를 즐기다 햇수가 지나니 이젠 고민이 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부모님은 딸에게 우선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하시며 만일 안 믿는 가정에 들어갈 경우, 한 번도 본 일 없는 명절 분위기와 제사 등을 각오해야 한다고 하셨다. 잘 모르는 앞날과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제사문화를 미리 염두에 둘 마음은 아직 없는 현영이지만 객관적인 질문이 일었다.

교회 청년부엔 남성이 적은데요
교회의 어떤 모임이든지 남녀 비율을 보면 여성이 훨씬 많고 청년부서도 마찬가지인데 믿는 사람들끼리의 결혼이 숫자적으로 안 되지 않는가.
어차피 어느 부분의 사람이 안 믿는 청년과의 결혼이 불가피하다면, 교회는 이러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말보다 적극적이고 자상한 가르침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기독교인 여성을 새 가족으로 들임으로 안 믿는 가정이 삶을 통해 신앙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 아닐지.
이런 질문을 하는 현영에게 대선배인 사라 선생은 그동안 자세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의 삶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안 믿는 시댁 섬기기
모태 신앙인 사라는 삼십 년 전 안 믿는 가정에 둘째 며느리로 들어갔다. 남편과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자는 삶의 철학과 인생관이 맞아 결혼에 골인했는데 첫 번 명절부터 사라 선생은 추석 차례 음식을 장만하며 혼란이 왔다는 것이다. 여러 형식이 따르는 생소한 제사 상. 그 앞에서 사라 선생은 거북스런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더욱이 그 시간 친정에서는 다 함께 모여 앉아 감사의 기도를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명절에 친정식구들 앞에서 엄마가 말씀하셨다.
“이젠 안 믿는 가정으로 선교를 간 사라를 위해 가족 모임 시간을 맞추어야겠다.”
그리고 사라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이왕 그 댁으로 갔으니 음식을 만드는 일부터 성의껏 돕고 더 부지런히 살라”고 하셨다. 또 신앙에 어긋나지 않게 처신하되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두를 대하라고도 하셨다. 그 날 이후 사라 선생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시댁의 모든 대소사에 빠짐없이 최선을 다해 참여했다. 자신의 행동이 예수 믿는 사람으로 무언의 전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담고 성실히 몫을 해내기로 다짐한 것이다. 그 기간이 곧 지나갈 줄 알았다. 남들의 간증처럼. 그러나 이번 추석도 어김없이 음식 장만과 차례 지내기에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여성으로서 기독교계의 걸출한 인물로 알려진 사라 선생이 긴 결혼 기간 동안 이렇게 안 믿는 가정의 일들을 다 감당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현영은 대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 각오도 되고 다짐도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정 선교’가 평생 걸리는 과제라는 걸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이라면 맞서거나 빠지는 모습보다 어울려 잘해나가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인 것을 배웠다.

전영혜 객원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