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서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대답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대로 하니 많은 고기 떼가 걸려들어서,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시몬 베드로가 이것을 보고,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서 말하였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단순히 고기 많이 잡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서 온 땅의 깊은 곳에 있는 무한한 인간들을 낚게 하고 싶다고.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그 ‘깊은 곳’에서 보이는 배고픈 사람, 배부른 사람, 힘든 사람, 평안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해라. 얕은 물가에서만 놀지 말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라. 깊이 가봐라. 생각을 좀 더 깊이 하면 세상이 달라 질 수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깊은 곳에 가서 하나님을 만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깊은 곳으로 가라고 명하셨던 것처럼,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조금 더 깊게 믿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그리고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나의 미래,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 나아가서 지구촌의 미래를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지요. 하란을 떠나는 아브라함처럼 한 스텝만 더 멀리, 갈릴리의 어부들처럼 한 자만 더 깊게!

시야가 달라진 사도 바울에게 ‘더 깊은 곳’은 다메섹 도상이었습니다. 그의 고백은 이렇습니다.
“제가 예수 믿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다메섹으로 가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저를 붙잡아서 눈을 못 보게 하고, 삼일 동안 감금시키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제가 보았던 가장 깊은 곳은 사람이 죽는 ‘십자가’였습니다. 그 가장 깊은 곳에서 인류의 구원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온 세계인이 모였는데 십자가 공로로 모두 구원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구원 받은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 깊은 곳의 십자가는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속에서 생명이라고 하는 부활이 생겨납니다. 십자가에서 생명이 태어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욕해도, 하나님은 우리 연약한 사람들을 돌봐주셔서 죽은 자를 살려 내십니다. 하나님의 힘이, 하나님의 능력이, 십자가에서 발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도 바울의 이 고백의 말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말을 빌리면 사람은 통상 인생의 학교가 있지만 마지막에는 다른 특별한 학교를 들어가야 합니다. 그 이름은 ‘십자가 학교’입니다. 십자가 학교에서 아주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많은 죄를 지은 사람이 십자가 학교에 들어가면 졸업할 때는 용서 받은 의인의 졸업장을 받습니다. 죽은 자가 십자가 학교에 들어가면 부활이라는 생명 증명서를 받고 졸업합니다. 사람의 이성으로는 감히 생각을 못합니다.

십자가 학교의 선물
십자가 학교는 가장 높고, 가장 깊고, 가장 넓은 곳입니다. 이곳에 오시면 부활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새로 태어납니다. 악한 역사가 선한 역사로 바뀝니다. 땅이 하늘로 뒤집어집니다. 이 역사가 바로 부활의 영광이고, 이것이 바로 십자가 학교를 졸업할 때 받는 졸업장입니다.
예수님이 사람을 불러 사용하실 때, 인간의 잣대로 볼 때는 아주 무식한 어부도 불러서 제자로 쓰셨고, 아주 유식한 사울도 바울로 만들어 쓰셨음을 봅니다.
무식한 사람들을 예수님의 십자가 학교에 집어넣어서 완전히 지혜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이분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기록된 책이 4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는 순박한 신앙을 예수님의 제자들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반대로 사도 바울은 당대 최고의 학자입니다. 가말리엘 문하에서 율법을 배웠고, 자격증과 바리새파 소속 증명서도 받은 아주 훌륭한 지성인이며, 지혜가 뛰어난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아까 순박한 제자들을 통해서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하게 하시고, 아주 많이 배운 지혜가 충만한 사도 바울은 신학적으로 잘 분석하고 파악해서 제대로 전달하게 하는 축복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주신 재능과 성품을 하나도 버리지 않으시고, 하나님 뜻에 맞게 항상 새롭게 쓰십니다.

청지기의 소유
아는 것에는 차이가 많습니다. 가진 것에도 차이가 많습니다. 사고방식도 그렇습니다. 차이가 있는 것을 속상해 하지 마십시오. 덜 가졌다고 속상해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받으셔서 십자가 학교에 입학시켜서 가르치신 다음에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하나님이 알아서 사용하십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의 가진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의 소유주가 아닙니다. 우리는 주신 분의 뜻을 따라 선하게 쓰고 관리하는 청지기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하나님, 당신이 알아서 저를 활용해 주십시오”라는 간구와 기도입니다. 우리가 받은 것은 그래서 은총이고, 은혜입니다.

박종화
한국 근대사와 함께 호흡했던 경동교회 담임목사.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이자 국민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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