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트럭 여행자’ 김현두, 커피트럭과 함께 떠난 여행길서 새로운 삶 찾아

석양이 지는 푸른 바다, 그 옆에 분홍색 커피 트럭. 국내 통신사의 한 TV 광고 속 커피트럭 여행자 김현두 씨는 그렇게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씩씩한 그의 웃음과 자유로운 몸짓을 통해 시청자들은 잠시 그 바다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그 광고로 유명해진 줄 아시지만 사실 전 페이스북 친구가 광고 이전에 몇천 명이었어요. 커피트럭 공간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이동식 카페 위치를 알리면 그곳까지 찾아들 오세요.”
이미 SNS상에서는 유명한 그의 여행 이야기가 화제가 되어 광고를 찍게 된 것이었다.
커피트럭 ‘공간 153’을 몰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청년 김현두(33·진안제일교회). 사람들에게 커피를 팔며 사람을 여행하고 카페를 여행하는 커피트럭 여행자. 스스로 길 위를 여행하는 사람여행자, 카페여행자, 시골여행자라고 말하는 그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일상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어디를 가야만, 물리적 위치를 이동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일탈이 일어나는 그 ‘잠깐’이 여행이지요. 제 고향이 전북 진안인데요. 저희 고향에서는 아직도 5일장이 서거든요. 5일장에 나가 장을 보고 집에 와 혼자 밥을 해 먹는 그 순간도 제게는 여행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현두 씨는 어머니를 잃었다. 위암으로 투병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교회에 나가셨고, 자신의 어머니를 극진히 돌보던 교회 분들에게 감동했다. 그래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울며 기도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지요. ‘내가 네 어미의 목숨과 네 신앙을 바꿨다’라는. 그 깨달음 이후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며 살았지요.”
직장생활을 하며 홀로 계신 아버지와 살던 2011년 29세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청각장애로 인해 입모양을 보고 알아듣는 ‘구화’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현두 씨에게는 유일한 가족, 그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나한테 모든 것을 왜 다 가져가야 했냐고 하나님께 따졌습니다. 그러나 그 아픔 속에서 저를 감싸주시던 하나님의 위로와 사람들의 토닥임으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제게 손을 내밀어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책 ‘사람을 여행합니다’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아끼면서 살겠습니다. 안아주며 살겠습니다. 좋아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어느 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이렇게 신께 고백한 후 나는 치유되고 있었습니다. 아픔, 상처, 슬픔, 괴로움, 욕심들로부터 말입니다.”

“재미있게 살아야지!”
그렇게 혼자가 된 그는 어느 날 자신이 당연한 일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께 효도하고 가정 일구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한 거지요. 그것은 당연한 건데. 그러면 내 꿈이 뭘까 생각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게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핸드 드립 커피 내리는 방법도 배우고 낡은 분홍색 커피트럭 한 대를 직접 고쳐 2012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저 자신의 청춘에게 의지대로 살 수 있는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삶이 그에게 일상에 만족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처음에는 카페여행만 했다. 나중에 고향에서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 카페를 하나 내고 싶었던 소원이 있었기에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시작한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공간을 찾아 떠났는데 여행에서 결국 만난 것은 ‘사람’이더라고요. 제게 있어 여행은 ‘사람 여행’이었지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다
하루를 기록하며 써내려간 글과 사진들이 흩어진 그의 생각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하였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매일이 여행이었으면 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욕심인지를 알면서도 오늘이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길 위에서 2년 남짓 시간을 보내며 살다보니 내 삶은 매일이 여행이었습니다. 사실 내 여행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감사하며 사는 것입니다. 세상은 ‘돈’이 최고라고, 그 길은 안 된다며 ‘돈(Dont)’를 외쳐대지만 그렇게 살지 않아도 나는 잘 살고 있답니다.”
1년에 한 두 번 여행경비와 트럭 수리비 마련을 위해 그는 일명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엽서와 사진으로 만들어 판다. 커피도 일정 여행경비가 마련되면 더 팔지 않는다. 또한 젊은 청년들과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섰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꿈을 응원했다.
“저는 청소년들에게 타인의 꿈, 타인의 선택을 눈치 보며 사는 것이 아니라 내 공부, 내 이야기, 나를 좀 더 많이 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발 ‘자기’공부 좀 하라고요.”

커피트럭과 카페 ‘공간 153’
그의 꿈은 여행을 떠난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공간이 수리를 마치고 나면 공간이와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제주도에서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카페 ‘공간 153’을 전북 진안에 마련할 거예요. 그러니까 공간이의 여행은 계속 되는 거지요. 고향 친구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 진안 청소년들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요. 그곳에서의 삶이 또 하나의 여행이 될 것입니다.”
김현두 씨의 책 어딘가에 있는 문장이 떠올랐다.
“세상에 비치는 내 삶과 인생이 어느 누군가에게 위로와 치유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더욱 열심히 진심을 다해 여행에서, 그리고 내 일상에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내 여행은 계속해서 나누어져야 한다. 그 소통의 나눔이 언젠가 도전하는 젊음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SNS에 나의 여행을 클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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