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먹는다. 먹음으로써 비로소 생존한다. 그래서 생명은 먹는 것이다.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생존을 위해 먹는 시기는 이미 넘어섰다. 지금은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웰빙(Well-being)이다. 비만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고, 빼는 것에 목숨을 건 여성들이 런닝머신을 질주하는 요즘, 우리는 먹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숙고해봐야 한다. 굶주려서 죽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먹음으로써 죽어가는 시대에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디자인하우스)이 오늘의 묵상 주제이다.<편집자 주>

소박한 밥상이 최고의 건강 밥상!
‘소박한 밥상’은 저자 헬렌 니어링(헬렌 니어링에 관한 소개는 이 글 말미의 박스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이 쓴 ‘자연주의 요리법’에 관한 책이다. 자연주의 요리책인 만큼 다양한 천연 재료를 사용한 ‘서양식’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소개된 조리법이나 재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거나 현실적으로 따라 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지만,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저자의 ‘요리 철학’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들이 직접 기른 생야채와 과일, 곡물, 견과류를 위주로 한 채식과 소식(小食)을 강조한다. 육식을 “동물들에게 부여된 삶의 권리를 짓밟는 무자비한 식사법”으로 평가하고, 도정하고 제분하여 ‘죽어 버린’ 곡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통곡식(현미ㆍ통밀)이나 싹을 틔운 씨앗(발아 현미ㆍ발아 통밀ㆍ발아 콩) 등을 중심으로 한 요리법은 저자가 지향하는 ‘자연주의 요리법’이 어떤 세계관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생명에 대한 존중이자 외경이며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고 절제하고 자족할 줄 아는 삶에 대한 의지이다. 가령, 헬렌 니어링은 책 속에서 “나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만들지, 포만감을 느낀 후에도 타락한 미뢰를 자극해 건강에 안 좋은 것을 포식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 배가 부르면 그걸로 충분하며 그 정도가 과식하는 것보다 이롭다. 과식하면 병이 나거나 비만해지니까”라고 말한다.

절제가 건강의 지름길
이러한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가장 건강한 밥상은 가장 소박한 밥상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절제할 때 건강해진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소한의 조리법을 거칠 때 자연은 숨을 쉰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미각의 호사를 위해 굽고 튀기고 버터를 바르고 고기를 구울 때 자연과 인간을 연결지어주는 고리들이 깨진다. 지나친 풍요가 오염을 만들어내고 오염되어 죽어가는 자연은 곧 우리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탐욕이 지구의 황폐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생명의 밥상, 건강한 밥상은 하나님이 창조한 창조질서 아래서 차려지는 밥상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토대로 한 밥상, 최소한의 재료로, 가장 자연적인 재료로 이루어진 밥상이야말로 진정한 웰빙 밥상이고 건강 밥상이다. 헬렌 니어링과 남편이었던 스콧 니어링은 이런 밥상을 통해 100세까지 젊은이 못지않은 활력을 자랑하며 의미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
이제는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자발적 절제와 자연 앞에서의 겸손, 그리고 지구 공동체를 생각하는 소박한 밥상이야말로 인류의 건강을 위한 최고의 밥상이라는 가치가 세워져야 한다.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1:10) 하는 창조 세계의 복원은 바로 우리의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헬렌 니어링은 누구?
위대한 자연주의자이자 타락한 문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상징이었던 스코트 니어링의 아내이자 영적 동반자.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연상이었던 스코트 니어링과 결혼한 헬렌 니어링은 1932년 버몬트의 숲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책 제목이기도 한 ‘조화로운 삶’을 시작한다. 자신들이 먹을 것은 스스로 경작하고 최소한의 것만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했던 니어링 부부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충실히 지켰다.
이들은 돈을 버는 데 쓰는 시간을 최소화해서 필요한 현금 액수를 정한 뒤 그 액수를 벌 만큼만 환금작물을 생산했다. 그리고 목표 액수가 채워지면 다음 해 예산을 세울 때까지는 일을 하지 않았다. 단순하면서도 충족된 삶이야말로 이들 부부가 평생 추구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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