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결혼을 앞둔 동선 씨는 여러 결혼식에 참석하며 생각에 잠겼다. 많은 비용을 들여 애써서 준비했을 텐데 치러지는 예식에서 무언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때는 하객들의 이야기 소리가 예식에 집중할 수 없게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노래방 분위기의 녹음 음향이 전체를 이끌기도 하는 것이 아쉬웠다.
화려함이나 외적인 풍성함보다 의미 있고 되새길만한 결혼식을 추구하는 건 모두의 바램일 텐데 가벼운 분위기로 나타나는 예식이 안타까웠다. 이러한 풍조를 지닌 젊은 세대의 선택 앞에 고전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부모의 안목이나 훈수가 얼마만큼 소용이 되겠는지.

결혼식은 신랑 신부 맘대로 아닌가요?
요즘 주례 없는 결혼식을 몇 번 가보았다. 신랑과 신부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서로의 사랑을 서약하는 편지를 읽고 신랑 신부에게 이런저런 익살스런 요구를 하는 것이었다. 성인 남녀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결혼과 예식에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동선 씨는 ‘나만의 스타일’을 강조하는 그 예식이 예복을 차려입은 분위기에 못 미치고, 일생일대의 결혼식으로 간직해야 할 진지함에 못 미친다고 여겨졌다. 그러고 보니 요즘 새롭게 시도하는 결혼식들이 서양에서 보았던 결혼식과 피로연을 합친 변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교회당에서 목사님의 집례로 엄숙하게 하나님 앞에 서약하고 난 후, 피로연장으로 옮겨 노래하고 춤추며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과도 하며 화해와 이별을 고하는 순서들을 가지는데, 시간과 공간이 여유롭지 못한 우리의 실정에서 이 둘을 짜 맞추는 결혼식 형태가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은 이러한 피로연 중심의 자유로운 결혼예식의 형태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멋지게 절충할까
그러면 어떻게 멋지게 절충해 나가야 할까. 우선 결혼식에도 진행 주제가 있어야 한다. 고전적이든 현대적이든 아니면 절충적이든.
고전적인 결혼예식이 중심이면, 진행자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이끌며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사람은 밖에서 해주도록 부탁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이때는 음악도 클래식 연주가 되고 축가도 거기에 맞춰지는 게 조화를 이룰 것이다. 반면 신랑 신부의 의지로 주례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형태로 한다면 개성 있는 자신들의 예식으로 남기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어느 정도의 산만함과 소란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결혼예식의 대세로 절충식이 되리라 보는 것은 요즘의 예식장들이 초현대식 인테리어로 파티 장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엄숙한 결혼 예식보다는 신랑 신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콘서트나 쇼를 진행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어두운 배경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강렬한 분위기에서 어떤 순서로 결혼식을 진행하게 될까.
그런 공간에서는 하나님 앞에서 결혼을 서약하는 순서까지 진지하게 간소하게 진행하고, 자유로운 피로연 분위기가 지금보다 길게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곳에서 주례자는 간략한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해 참석자 모두를 끌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자녀들의 결혼을 앞두고 동선 씨는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전영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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