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고 예쁜 책을 받았을 때, 기자의 눈을 확 끌어당겼던 한 장의 사진은 충남 부여에 있는 오량교회의 사진이었다. 10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교회는 마을보다 조금 높은 야트막한 둔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회를 소개하는 사진 중 한 장, 한 노(老) 부부가 교회로 향하는 언덕길을 쉬엄쉬엄 오르고 있었다.
경사진 언덕길 양옆으로는 들꽃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노 부부는 손을 꼭 잡은 채 허이허이 비탈진 경사로를 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푸르고 몇 덩이 흰 솜털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 아마도 바람이 부는 탓일 게다.
할아버지가 걸친 얄팍한 점퍼의 등 부분이 봉긋하게 부풀어 있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할머니의 손을 쥐고 오른손으로는 검은 가죽 장정의 성경책을 꼭 쥐고 있다.

전국 ‘고향 교회’ 소개
이 사진을 보노라니 왠지 뭉클해졌다. 평생 흙과 함께 살아온 이 촌노(村老)들에게 성경책을 끼고 교회로 오르는 아침의 언덕길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 땅에 전해진 복음의 가장 소박하고 진실된 원형이 거기에 숨 쉬고 있었다. 기자는 자신의 노년이 그 노 부부와 같기를 소망했다. 아마도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이 한 장의 사진을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싶다.
하지만 좀 더 설명을 필요로 할 독자들을 위해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국민일보 전정희 기자가 전국의 소박한 ‘고향 교회’들을 직접 취재해서 글을 썼다. 또 곽경근 사진기자가 동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크게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 구분해 서울 종로구의 삼애교회부터 인천의 강화중앙교회, 경기도 양평의 상심리교회, 강원도 철원의 장흥교회, 경북 울진의 행곡교회, 부산 중구의 중부교회, 전남 나주의 광암교회, 제주 서귀포의 모슬포교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나라의 교회들을 소개했다.
아울러 각 지역의 교회 소개 끝에는 교회 근처 맛집이 한 집씩 소개되어 있는데, 어찌보면 안 어울리는 조합처럼 어색하지만 나름 고명처럼 독특한 맛이 있다. 홍성사는 이 책에 앞서 장석철 작가의 사진을 중심으로 한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이란 책을 냈는데, 세월 속에 풍화되어가는 교회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며 아름다움이다.
신앙은 삶속으로 스며들 때 문화가 된다. 교리와 간증이 폭주하는 기독교 서적 가운데 간만에 눈을 시원하게 해 준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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