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25년 맞는 독일의 오늘, 독일 이종범 선교사의 편지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입니다. 세계사에 씻기 힘든 아픈 상처를 준 나라입니다. 1946년 10월 연합국 전쟁범죄위원회는 독일을 전범 국가로 선고했고 그 후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후 독일은 스스로 전범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사적으로 많은 죄를 지은 국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역사에 대한 정직한 반성과 철저한 실천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독일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였던 이스라엘과 세계 시민들에게 겸허히 역사적 반성을 했습니다. 빌리 브란트(Billy Brand) 총리가 직접 아우슈비츠를 방문해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고, 죄인의 마음으로 수많은 경제적 원조를 이스라엘과 세계로 흘려보냈습니다.
독일의 경제적 보상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보상에 약 20만 배 가까울 정도로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또 개헌을 통해 독일이라는 나라가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들의 역사적 반성과 회개는 개인과 교회의 반성과 회개를 넘어 국가적, 민족적 회개로 이어졌습니다.
독일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들은 죄인이라는 역사적 반성의 교육을 받고 자라납니다. 하이든이 지은 ‘시온성과 같은 교회’라는 찬송가가 자신들의 애국가(National Song)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수치심으로 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박은 풀어지고
한동안 사역의 열매가 없어 독일 철수를 결심할 무렵, 지하철 안에서 성령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베를린의 지하철 안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새롭게 보여주신 한 가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 땅에 필요한 것은 바로 복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축복의 노래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
유독 독일 교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서로를 축복하고 격려하는 축복의 노래(Blessing Song)입니다. 교도소에 갇힌 죄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축복할 수 없듯이 그들은 1946년 10월 이후 스스로를 정죄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베를린 시내에서 오랜 시간 거리 전도를 하며 느낀 사람들의 반응은 무관심과 거부였습니다. “하나님께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죄를 지니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북한의 주체사상과 비슷한 영적 눌림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틴 루터가 로마서 1장 17절의 말씀을 선포함으로써 전 유럽을 덮었던 결박이 끊어졌던 것처럼, 마른 뼈가 가득한 독일에도 성령의 바람이 불어와 하나님의 군대로 다시 서는 현실을 봅니다. 거리에 나가 아주 단순 명료한 복음을 찬양에 담아 선포했습니다. “Jesus loves me(you) this I know for the Bible tells me so….”
베를린 광장에 복음이 선포되자 한 독일 여인이 무릎을 꿇고 절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주님 앞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수많은 사람 앞에서 통곡하는 그 여인을 통해 오랜 결박이 풀려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여인의 결박이 풀어진 것은 그 민족의 영적 결박이 끊어진 것과 같았습니다.

20세기에 통일된 유일한 민족
독일은 20세기에 통일을 경험한 유일한 민족입니다. 독일 통일을 위한 독일 교회의 숨겨진 기도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통일 이후 2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그들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독일의 통일은 독일과 유럽을 향한 축복이었습니다.”
최근 10년 내 독일에서는 한반도를 위해 기도하는 많은 그룹들이 일어났습니다. 통일의 축복을 누린 그들이 은혜의 눈으로 세계사를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한반도였습니다. 암을 앓다가 치유된 사람이 암에 걸린 사람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듯이, 분단의 아픔을 알기에 한반도의 고통을 끌어안은 것입니다.
지난 3월 북 독일의 작은 마을 자겔스도르프에서는 독일의 중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를 위해 금식하며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원근 각처에서 한반도를 중보하기 위해 모인 기도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민족을 향해 이렇게 선포합니다.
“독일의 통일이 독일과 유럽의 축복이었다면 한반도의 통일은 전 열방의 축복이 될 것입니다.”
이제 3년 후면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됩니다. 이스라엘이 다시 나라를 회복한 후 70년이 되는 희년(Jubilee)입니다. 독일에게는 전범 국가로 낙인찍힌 후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묶였던 모든 것이 다시 자유하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해 새로운 개혁이 그 땅에 일어남을 봅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관자가 되시며 모든 나라와 민족의 왕이십니다. 유럽과 독일을 다시 살리시고 그 유업을 한반도와 열방의 땅끝으로 흘러가게 하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종범 선교사
1996년 독일로 건너갔다. 2005년부터 베를린에서 독일교회와 유럽 한인 2세 및 현지교회 사역자로 섬기고 있다. 기빙트리(Giving Tree in Berlin)란 선교법인을 세워 유럽의 다음 세대를 섬기며, 유럽 한인 디아스포라와 현지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 러브지저스러브코리아(Love Jesus Love Korea)의 책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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