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별이
지상에 꽃으로 피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새봄.
가장 먼저 피고
가장 많이 피는
별꽃의 노래를 들으라.

별꽃 콘서트
전 집사님은 교도소 내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큐티학교를 열어왔습니다. 매주 한 번씩 영의 양식과 육의 양식을 정성껏 준비해 먼 길을 하루같이 다니셨지요. 매서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엔 방학도 있는 큐티학교.
저는 집사님의 요청으로 개강 오리엔테이션 ‘별꽃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새봄, 별꽃이 들려주는 노래를 옮겨주고픈 심정이었지요. 동심이 세상을 구한다고. 동심은 영혼의 고향이라고. 하나님의 나라는 어린아이 같은 자라야 갈 수 있다고. 동요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냇물아 강물아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시냇물 같은 인생. 언젠가 다다를 은총의 바다. 등대지기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 지니자고. 높이 솟은 첨탑 십자가 바라볼 때 발 아래 풀꽃 살피자고. 나무 위에서 한 번, 떨어져 땅위에 한 번, 마음속에서 한 번. 그렇게 동백꽃은 세 번 핀다고.
화창한 봄, 칼바람 지나는 높이 솟은 건물 사이에 꽃 몽우리 조차 제대로 맺지 못한 응달 속 어린 목련이 원망 없다며 봄 배웅 꽃으로 필거라고 가는 봄 배웅할거라고. 눈 덮인 산야에 홀로 핀 어린 소나무가 자기의 꿈은 봄이 아니라 늘 푸르른 것이라고. 꽃잎은 밟혀도 향기만 낼 뿐이라고. 새봄. 작은 꽃이 먼저 핀다고…. 그렇게 자연을 통해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노래했습니다. 말씀은 세 곳에 있다고 얘기했지요.
하나는 종이에. 하나는 자연에. 그리고 하나는 이 둘, 종이에 쓰여진 말씀과 자연에 서려진 말씀이 오롯이 새겨진 마음. 그렇게 우리, 세상에게 읽혀질 길 떠난 편지가 되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영원한 나라에 이르러 맑은 추억을 안은 사랑스런 별이 되자고.

큐티학교 문을 열며
성경은 인간 사용법이라고. 성경을 휴지통에 넣으면 쓰레기가 되지만, 마음에 담으면 천국이 된다고. 성경 속에 인생의 열쇠가 들어 있다고. 전 집사님의 말은 촌철살인처럼 제 가슴에 꽂혔습니다. 집사님은 큐티 나눔을 위해 지난 해 반장으로 섬겼던 한 재소자분께 대표기도를 부탁하셨고, 그분은 혹시 자기가 기도하게 될 지도 몰라 미리 기도문을 써왔다며 종이를 펼쳤습니다. 그 준비성에 모두의 박수가 모아졌습니다.
기도를 바치는 그분의 음성에서 뜨거움이랄까, 눈물이랄까, 마치 봄 햇살 아래 웅크리고 앉은 노란 병아리처럼 마음에 찾아드는 슬픔이 맑은 감동이 되었습니다.
끝날 무렵 저는 손을 들어 대표기도하신 분께 그 기도문을 제게 선물로 주실 수 있겠냐고 정중하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도리어 그분은 고맙다며 몇 번이고 목례를 하시며 더한 감사를 보내주셨지요. 그날 우리들 영혼을 울린 그 감동의 목소리는 전달 할 수 없겠지만 그 기도의 내용을 이 지면에 감히 올려 봅니다. 행여, 기도문을 주신 분께 실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맑은 영혼의 기도
사랑이 많으신 주님.
긴 동면의 잠을 이기고 또다른 하나님의 세계 중 하나인 봄이 오고 있습니다. 모든 시작이 봄이라면 저 역시 이 봄 새롭게 시작하고 하나님 앞에 더욱 새롭게 다가서고자 합니다. “돈을 사랑하며 살지 말고 지금 갖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주께서는 내가 너를 떠나지 않겠고 또 너를 결코 버리지 않겠노라고 말씀해 주셨기에 이 봄 그 어떤 물질에도 욕심을 내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랑이 많으신 주님.
이 봄 하나님 말씀을 공부함으로 많은 추억을 만들고자 합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하나님 말씀은 제 가슴에 살아남을 것입니다. 봄이 되어 피어나는 저 꽃처럼 하얗게 스러지는 순정적인 때가 있었는지, 상대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아무도 멈추게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고난에 함께하는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마음을 배우고 하나님 앞에 한 형제임을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이 많으신 주님.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신 여러 집사님을 항상 기억하며 그분들이 하나님을 영접하며 살아 온 삶의 결과를 본받아 저희 또한 그 길을 걷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하나님 말씀을 바탕으로 산 것을 기억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나이다. 아멘.

어두운 곳에 피어나는 천상의 꽃
믿음의 결단으로 드리는 대표기도. 이런 분이 계시기에 오히려 담장 밖에 소망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대표기도를 하신 분은 지난해 큐티학교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이셨고 한 해 동안 머리맡에 성경을 두고 꾸준히 말씀생활을 해오셨다고. 교도소 내에서 모범생활. 은은한 신앙의 향기까지 폴폴 날린다는 집사님의 깨알 같은 자랑. 그렇게 담 안 큐티학교에서 한 영혼 한 영혼이 아름답게 변화되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담장 밖 자유로운 죄인들을 위해 하나님은 담장 안에 묶인 형제들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그리스도의 군사로 무장시켜 가시는 건 아닌지.
그날 묵상은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강도 높은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도소에서의 희망은 하나님의 사람이 거기 있다는 것. 그 집사님의 말이 언제나 응달인 그곳에 한줄기 햇살 같이 느껴졌습니다. 낮고 작은 가난함. 그 속에서 그리스도의 빛을 가슴에 담고 있는 영혼들. 자유로움 속에 나날이 어두워져 가는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긍휼이 또 다른 사랑의 빛깔로 느껴졌습니다.
“네 믿음이 크도다!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 하나님은, 그 믿음 위에 일하십니다!”라는 성령의 불꽃같은 집사님의 외침이 제 귀에 사도의 외침으로 들렸습니다. 남편 잃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가슴에 묻으신 집사님. 방황하는 이들의 엄마가 되고 싶다시던 집사님의 눈물겨운 고백. 하나님은 그런 집사님에게 하늘나라의 비밀을 맡기시어 담 안 영혼들에게 새날 새 세상을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새봄. 어두운 곳 낮고 작은 가난한 곳에 천상의 꽃이 봄처럼 피어나는 풍경. 하늘의 별이 땅에 꽃으로 피어나는 이유를 침묵 속 외침으로 나지막이 노래 부르고픈 새봄의 한가운데를 지납니다.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 (다니엘 12:3)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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