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민준은 ‘예식’ 준비로 이리저리 바쁘고 머리가 복잡하다.
파트너와 함께 새롭게 살아갈 ‘결혼생활’에 대해 좀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은데, 구름에 떠있는 느낌 속에 날짜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얀 피부의 자상한 그녀가 일생을 함께 해주겠다는 말에 가슴이 벅차 ‘잘해주겠다’고 마음먹지만 그것으로 다 되는 것인지….

어떤 점에 끌렸나
마침 교회 결혼식 준비 과정 속에 결혼예비공부가 있어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다. 상담자는 처음에 상대방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를 물었다.
생각해보니 민준은 그녀의 깔끔한 이미지와 자신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자세에 매료돼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파트너는 민준이 만나는 내내 편안한 사람이어서 결혼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담자는 사귀는 동안 느꼈던 이 장점들이 실생활에서는 다른 면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하며, 결혼생활로 들어가기 전 그 양면성이 있음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상담자는 다시 물었다. 깔끔하고 자상한 아내가 집안에서 “양말은 벗는 즉시 세탁기 앞의 바구니에 갖다 놓고 화장실 청소는 매일 해야 한다”, “셔츠는 이렇게, 넥타이는 이걸로”라고 따라다니며 자기 스타일의 규칙을 만들면 어떨까 라고.
반대로 깔끔하고 자상한 아내가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느라 늘 여기저기를 닦고 다니며 앉지도 않고, 말끔한 다림질과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하느라 자신을 돌보지도 못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마치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듯 서로를 마주보았다.
민준이 편안한 사람이어서 좋다는 파트너도 “어쩜 집안에 물건을 늘어놓고 살면서 그게 편하다고 그냥 두라고 하는 스타일일수 있고, 시댁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웃는 얼굴로 우유부단한 모습을 가질 수 있겠다”고 짚었다.

장점과 약점은 손바닥 앞뒤
달콤한 사랑의 감정으로 결혼에 임하지만 거의 모든 게 드러나는 실생활에서 이처럼 장점은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나.
상담자는 이와 같이 끌렸던 장점에도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이것이 사람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점이라고 여긴 것이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면 그것이 지나치게 강화되지 않도록 서로 조심성 있게 그 점을 표현하며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에 집중하는 사람은 옆 사람이 외로울 수 있고, 튀는 매력의 사람은 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며, 정이 많은 사람은 그것이 바깥으로 새어 나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은 지루할 수 있고,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가페 사랑을 배워가는 곳, ‘가정’
남녀가 에로스 사랑으로 연애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그 단순한 사랑이 숨을 데 없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해하고 인내하는 사이에 점차 아가페의 사랑으로 성숙되어 가는 것이 ‘가정’인 것이다.
두 시간의 결혼예비공부 중 벌써 삼십분이 지났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객관적인 눈을 갖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게 실생활에서 그만큼 중요한가 보다.

전영혜
80년대 크리스챤신문과 기독공보의 기자로 한국교회 현장을 뛰었다. 그리고 유학하는 남편을 따라 영국과 미국에서,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목회자의 아내로 살며 아름다운동행에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글을 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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