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품앗이’라는 단어를 사회 시간에 배운 적이 있습니다. 대가 없이 서로의 노동력을 교환하여 돕는 방식임을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셨을 때 그 말의 매력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품앗이를 직접 체험한 것은 겨울을 준비하며 친척들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김장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남자들은 곡괭이와 삽으로 김치독 구덩이를 파고, 여자들은 옹기종기 모여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야채를 다듬는 등 만만치 않은 작업들에 힘들지만 이야기꽃과 웃음소리,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채소를 절이거나 발효시키는 식품은 다른 나라 문화권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가족이나 이웃 등 공동체를 중심으로 비슷한 시간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일은 드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 만든 김치를 서로 나누어 먹으며 자연스레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김장 문화입니다.
이러한 문화가 높이 평가되어 작년 12월에는 우리나라의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kimjang :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유네스코(UNESCO)로부터 인류의 자랑스러운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김장, 나눔 문화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것이 전통적인 우리나라 김장 문화의 참 의미입니다.
현대에 와서 김장철마다 지역사회, 자원봉사 단체에서 김장 행사를 조직하여, 수천 명이 김치를 담그는 데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담근 김치는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지고 각 가정의 식탁에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나눔 문화는 김장 나누기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제불황 속에서도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이 사상 최고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걸을 때마다 기부가 된다는 ‘기부앱’, 가르치고, 청소하고, 노래하는 등의 재능 나눔, 상품을 구입하면서 기부하는 신개념의 기부도 다양합니다.
최근에 많이 알려지고 확산되는 ‘미리내’ 가게의 기부도 있습니다. 먼저 온 손님이 추가 금액을 미리 지불하는 방법으로 기부하고 어려운 이웃이 무료로 서비스를 받는 것입니다.


나눔의 역설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해지면 자연스럽게 ‘나눔’을 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진 것을 나눌 때에 나의 소유는 줄지 않고 더 많아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감사와 기쁨이 넘쳐나고 행복이 다가옵니다. 이것이 나눔의 역설이고 신비입니다.
어쩌면 나눔을 행하는 것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삶 가운데 감사가 넘쳐나고, 그로 인해 나눔의 문화가 우리의 일상 속에 뿌리 깊게 확산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아름다운동행 감사운동추진위원장으로 감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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