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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마을, 산달도에 놀러오세요!”
기부 이펙트의 ‘산달도 벽화마을 프로젝트’
[169호] 2014년 02월 09일 (일) 이경남 기자 penshock@hotmail.com
네 명의 젊은이가 그린 ‘사랑의 벽화’
책이나 영화 등 어떤 콘텐츠를 대하게 될 때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의 문을 닫고 안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취향이 맞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너무 드러내놓고 ‘교훈’을 이야기할 것 같은 분위기에 아예 마음과 귀를 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왜일까. 아마도 그건 콘텐츠를 만든 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관계될 것 같다. 콘텐츠를 대하는 이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면 함께 살아가는 이들로 여기는지에 따라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남 거제도와 한산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산달도 도민들도 예전에는 뭍에서 선교를 위해 찾아오는 이들을 향해 마음의 문을 쉽사리 열어주지 않았다. 짧은 시간 왔다 가는 그들에게 마음을 주기란, 평균 연령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사는 섬에서의 삶을 이해시키는 것만큼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선교를 위해 마을을 방문했던 젊은이들이 또 다시 산달도를 찾아왔다. 여름에 마을 두 집에 벽화를 그려주고 갔는데,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스산하던 마을 담벼락에 생기를 불어넣게 된 것이다. 포기하고 금세 훌쩍 젊은이들의 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4개월 동안 안산에서 산달도까지 그 먼 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컨테이너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벽화를 그렸다.
“우리 집에 와서 점심 먹어.”
매번 2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숙소로 돌아가 점심을 해결해야 했던 네 명의 젊은이들에게 2주가 지나자 어르신들이 따뜻한 밥을 주시기 시작했다. 산달도에서 목회하는 한 목회자의 입에서는 그렇게 어르신들이 밥을 나누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그렇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로 여기며 사랑할 때 마음의 문은 열리는 것이다. 복음은 그렇게 전하는 것이다. 네 명의 젊은이들이 사랑으로 품은 ‘산달도 벽화마을 프로젝트’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산달도 프로젝트의 시작
이번 ‘산달도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김희범, 양동윤, 김승연, 김이진 이렇게 4명의 청년이다. 안산 꿈의교회 소속 청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청년 비영리 나눔단체 ‘기부 이펙트’(G.I.V.U.effect) 멤버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을까. 기부 이펙트 김희범 대표(27)는 이렇게 말한다.
“교회 청년부에서 지난해 8월 산달도에 선교를 위해 내려갈 때만 해도 이런 계획은 없었어요. 처음엔 벽화 그린다고 마을 주민들한테 인정도 못 받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뭐 그런 쓸 데 없는 일을 하냐며. 그런데 두 세 집의 벽화가 끝나자 자기 집도 해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페인트도 없고 일정도 다 끝나 올라와야 했어요.”
작은 외딴 섬 산달도. 1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대 굴 생산지이자 품질 좋은 유자도 많이 생산되지만 인력 부족과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헐값에 판매 유통되고 있었다.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저 혼자라도 내려가서 벽화를 그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을 꺼냈는데 역시나 평소 ‘나눔’에 뜻을 같이해왔던 기부이펙트 멤버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해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Great I Valuable U’, 즉 ‘위대한 나와 가치 있는 너’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기부’는 이미 의미 있는 큰일들을 여러 번 벌여 성공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5월 안산 꿈의교회를 모체로 시작된 ‘기부’는 같은 해 7월에는 ‘밑 빠진 독에 쌀 붓기’란 표어를 걸고 걷기대회를 열었는데, 24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장충단공원에서 출발하여 남산 순환도로를 걸은 후 도착할 때 자발적으로 준비한 쌀과 기업에서 후원한 쌀 200kg을 한 아동센터에 기부했다. 또한 한부모 가정을 초청하여 청년 멘토들과 함께 1박2일 캠핑 프로그램을 갖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페인트를 살 재정도, 교통비와 체류비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직접 내려가 땀을 흘리며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필요한 금액이 다 모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자 아르바이트도 해서 일정 금액을 모았지요. 그리고 내려갔습니다.”
산달교회(이 만 목사)에서 마련해준 컨테이너 숙소에서 숙식하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벽화를 그리다 주말이면 교회 사역을 위해 안산으로 올라가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9월부터 12월까지 지냈다. 그러나 새롭게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마을에서도 역시 미심쩍은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았다고.
“하지만 저희는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요. 그렇게 한 집 한 집을 찾아가 인사드리고 무료로 페인트칠을 해드릴 테니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렇게 기적은 시작되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스펙이 쌓이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나누는 것이 좋고, 돕는 일이 좋은 친구들이 모여서 봉사를 했어요. 그래도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마을 주민분들이 달라지셨기 때문이에요. 이 낙도에는 그동안 여러 청년팀들이 와서 봉사활동을 했었다고 해요. 하지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답니다. 저희가 장기간 남아서 꾸준히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여시더군요.”

산달도를 향해 모이기 시작한 마음들
“이제는 저희와 식사하시려고 서로 예약을 해서 준비해주세요. 서로 본인 집으로 와서 밥 먹으라고 하시고 어디서 듣고 오셨는지 후원금이라며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만원 짜리 한 장을 꺼내주십니다. 저희가 드려도 모자랄 판에 매일같이 챙겨주시니 어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뿐만 아니다. 산달도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의 소식을 귀로, SNS 등으로 전해 들은 이들이 만원 씩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1인 1구좌 1만원씩 보내준 후원자들이 260여 명에 이르고 그 이름들을 산달도 마을 중앙 벽에 적었다. 또한 처음 보는 20여 명의 청년들이 함께 하자고 산달도를 찾아와 페인트칠을 하기도 했다.
기부 이펙트 김이진 씨는 “정말 낮아진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일을 시작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필요한 만큼 채워주셨습니다. 일이 힘들어 지칠 때는 봉사자들을 보내주셔서 웃음이 끊어지지 않게 하심으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확실하게 체험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깨달음이 확장되다
그냥 벽화만 그린 것이 아니다. 매일 성경묵상과 기도로 시작하고 예배를 통해서 정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이루어지길 기도했다. 그러자 그 과정 가운데 마을의 변화 뿐 아니라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김승연 씨(25)는 “처음에는 외롭게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혹시나 저희가 떠난 후 공허하게 되실까봐 걱정했지요. 그런데 어르신들을 그대로 인정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자 봉사활동에 임하는 제 자세가 자연스러워 졌어요. 사랑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봉사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가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요.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는 그 귀한 진리를 몸소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양동윤 씨(26)도 “시간이 흐르자 처음 다짐했던 것들을 잊고 불평과 불만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기도와 예배로 낮아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몰랐던 제 모습을 보면서 고쳐야 할 점을 깨달았지요”라고 덧붙인다.
울퉁불퉁한 담벼락에 페인트칠하는 것이 하루 온종일 일정이었는데, 사실 새로운 색깔로 칠하고 있었던 것은 제 마음이었던 것이다.

하늘나라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담벼락에 칠해지는 페인트는 일부러 푸른색으로 골랐다.
“저희는 산달도 프로젝트를 일명 ‘하늘나라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라고도 불러요. 모로코의 셰프샤우엔, 그리스의 산토리니, 인도의 조드푸르 같은 ‘한국형 블루시티’를 만드는 것이지요. 마을 전체를 아름답게 조성하여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그로 인해 마을 경제가 살아나길 바래서요.”
담벼락에 칠을 할 때는 마태복음 16장 16절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성경구절을 먼저 페인트로 적고 그 위를 페인트로 덮었다. 물론 그 가정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성령의 9가지 열매를 상징하는 포토존을 코믹하고 정감 있게 마을 곳곳에 구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이 벽화를 그릴 때 꿈을 꾸며 기대하는 풍경이 있다. 자전거 일주도로가 깔려 있어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 받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주를 할 수 있는 산달도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와 벽화마을에 들려 지도를 보며 포토존을 찾아다니며 사진촬영을 하는 풍경, 신선한 굴과 유자를 산지에서 마음껏 맛보고 구매하면 우리 어르신들도 얼마나 신이 나실까 하는 상상.
“산달도가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제 값 받고 굴과 유자를 파셨으면 좋겠고, 마을 곳곳에 활력이 넘쳐났으면 좋겠어요.”
작업하러 이번 2월 또 내려갈 계획이라고 말하는 얼굴은 정말 평안해 보였다. 추운 날씨 손이 곱도록 페인트칠해야 하는 뻔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기다리며, 담벼락을 쳐다보며 웃음 지으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산달도만 하늘나라 마을인 것이 아니라 벌써 이들의 마음이 하늘나라 마을인 게다.
후원계좌 : 국민은행 226402-04-128865 김희범(GIVU-기부)
http://www.facebook.com/givueffect

페이스북 ‘밀알청년’ 김희범 대표
70만원으로 도보 유럽배낭여행


사실 김희범 씨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 상에서 ‘밀알청년’으로 유명하다. 단돈 70만원으로 유럽을 도보로 6개월간 배낭여행한 그의 ‘전력’ 때문이기도 하다.
“2012년 터키부터 스페인까지 걸어서 여행했어요. 잠은 인터넷을 통해 미리 연락된 현지인 숙소에서 자고. 그런데 그 마저도 없으면 텐트 치고 자기도 했어요.”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시편 23편 4절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는 말씀을 붙들고 나아가자 오히려 하나님과 더 깊이 만날 수 있었노라고 말한다.
순하게 보이는 인상 뒤에 해병대를 일부러 지원, 전역한 그의 ‘젊음의 당참’과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그의 믿음도 그가 기독청년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 좌절하고 방황하며 학교가 아닌 길 위에서 깨닫고 느낀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청년 비영리 단체 대표로서만이 아니라 한 기독청년으로 꿈을 꾼다. 여행길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이들처럼 앞으로 걸어갈 인생길 위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이들에게 든든한 어깨를 빌려주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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