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활짝 웃는 독서회’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문학’ 하나만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이 있다. 각자의 형편과 상황이 다 다른데, 공통점이라면 서울시 강서구에 살고 있다는 것과 ‘문학’을 사랑한다는 것밖에 없는데 벌써 8년이 넘게 한 달에 한 번 꼬박 모이고 있다. 모여서 함께 시도 읽고 노래도 부르고 문집도 내고 있으니 그런 점에서 독서모임 ‘활짝 웃는 독서회’(회장 강남국)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독서회의 시작
그 특별한 만남은 지난 2005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 ‘활짝 웃는 독서회’란 이름으로 지난 12월 27일 100번째 모임을 가진 것.
그러나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그 걸음은 쉽지 않았다고. 매월 문집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번의 모임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사실 독서회의 시작은 한 사람으로부터 출발했다. 강남국 회장(영신교회·왼쪽 사진 가운데)이 복지관에 독서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강서구에 수많은 장애인이 있는데 이들에게 독서모임을 만들어줘 자신이 이미 경험한 즐거운 삶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
소아마비로 인해 2급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강 회장은 어려서부터 집 안에서 독학을 하며 지냈다.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어와 한자를 스스로 공부했던 그는 나중에 소문난 영어과외 선생님이 되기까지 했으며,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도 진학했다.
“독서광이었어요. 책 읽는 것이 좋고 공부하는 게 좋았어요. 시를 읽으면 너무나 좋았지요. 그런데 장애인 중에서 교육을 받거나 저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기회가 되면 이들에게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활짝 웃는 독서회’ 회원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이다. 휠체어를 타고 나와 세상 속으로 발을 내민 이들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여 함께 즐거워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이를 향한 시선
강 회장의 다른 이들을 향한 시선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의 신앙과 더불어 계속된 걸음 가운데 하나이다. 살기에 넉넉하다 말할 수 없는 생활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것. 지금까지 80여 명의 아이들을 가르쳤고, 100명이 목표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90년 5월 1일 목발이라도 짚고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도록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기도가 흘러나오더라고요. ‘하나님, 걷는 것은 고사하고 한 번이라도 서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아프게 살아가는 사람들 100명에게 무료로 교육을 시켜주겠습니다’ 하고요.”
수술 후 그는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병원 측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수술결과였다.

웃음이 넘쳐나는 독서모임
모임이 시작되자 회원들은 돌아가며 문집에 실린 자신들의 글을 낭독하기 시작한다. 20여 명의 회원들이 시나 수필 등의 형태로 올린 글들에는 진솔함이 묻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매월 강 회장이 직접 편집하는 문집에는 회원들의 작품뿐 아니라 봐야 할 여러 작품에 대한 다양한 소개의 글이 실린다.
또한 매달 한편씩 시를 암송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시를 암송해오면 문화상품권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암송을 격려한다.
“시를 10편만 외우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과 같이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서 터져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지요. 그러니 시를 마음에 품고 산다면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한 회원은 ‘힐링’을 경험하게 되었다. 매월 발표하는 글의 내용이 변화되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밝게 해야 합니다. 저희 활짝 웃는 독서회는 그런 부분에 있어 우리의 몫을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나누고 읽어가며 감당하려고 합니다.”
모임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 진행되며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및 회원의 집에서 열리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회원으로 참여 가능하다.
카페 주소 : http://cafe.daum.net/Cheongj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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