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달력이 가볍습니다. 달랑 한 장 남아있으니까요. 그 무게와 반비례해서 우리 마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생각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데, 손에 잡은 게 별로 없어 마음이 썰렁해져서일까요?
그러나 우리는 가진 게 많습니다.
매일 ‘오늘’이라는 선물을 받고 있으니까요! 오늘을 채울 시간과 일이 있고, 이만한 건강이 있으니 행복입니다.
어젯밤 이 세상을 떠난 어떤 분은 ‘오늘’을 그렇게 간절히 맞이하고 싶었는데 맞지 못하고 떠났지만, 나는 간절히 기다리지 않았음에도 ‘오늘’이란 선물이 도착했다는 금언이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오늘을 맞음에 대한 감사는 각별할 수 있습니다.
성탄의 계절입니다. 예수 오심에 대한 각별한 느낌이 있든 없든, 이 계절은 우리를 설레게 하고, 또 무언가 나와 이웃을 생각하게 하고 또 돌아보게 합니다.
한국 땅에 와 있는 외롭고 쓸쓸한 이국인들과 북한 땅에서 고통 받는 동포들이 생각납니다. 아직 수습되기 어려운 필리핀의 재난현장 사람들도 생각납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감사’는 그들을 보며 비교해서 자기의 감사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보듬고 그들의 결핍과 고통을 나누며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비교감사는 기독교의 감사라고 말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이 계절에 마지막 달력이 떨어져나가기 전에, 착한 일 한가지씩을 실천해 봅시다.
옛 그리스도의 탄생은 금세 십자가와 잇대어 있는 것입니다. 마냥 기뻐할 시간은 아닙니다.
이번 아름다운동행의 성탄절 특집들이 그래서 의미 있습니다. 십자가를 하나하나 묵상하면서 성탄의 계절을 음미해보는 시간을 짧게나마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이 모은 ‘쉼표장학금’ 이야기는 젊은이들을 통해 희망을 보게 합니다. 멋진 젊은이들의 결단과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주간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동행 7주년을 축하해주셨습니다. 축하를 받는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제 홀로서기로 잘 달려야 할 연륜이 되었음을 자각했기 때문입니다. ‘착한 누룩’이 되어 ‘떡반죽 그릇’을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또 한해를 시작하는 아름다운동행, 이 누룩의 시간에 여러분 모두 손잡고 함께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매일 주시는 선물 ‘오늘’을 감사하면서 말입니다.
우리 모두 복된 계절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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