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콘서트의 추억
밀양의 한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단풍나무 콘서트’가 올해로 7회째를 맞았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콘서트의 규모도 튼실해지고 내용도 다양해졌지요.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중학교 전교생은 일곱 명. 내년이면 사정상 폐교를 하기 때문입니다. 1967년도부터 2014년까지. 한 중학교의 역사가 추억이 될 차례입니다. 더불어 단풍나무 콘서트도 갈 길을 잃었습니다.
8년 전 밀양 신광교회 목사님과 저는 콘서트 이름을 뭘로 정할까 하다 매년 만추에 가을을 배웅하며 단풍나무 아래서 희망을 노래하자 해서 ‘단풍나무 콘서트’라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어린 미루나무도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의 영혼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가기를 바래서였지요.
그동안 단풍나무 콘서트에 수많은 손님들이 다녀갔습니다. 톱 연주도 있었고, 통기타 합주도 있었고, 모노드라마와 마술도 있었고, 어느 해는 오케스트라가 대형버스를 대절해 오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출연진들이 관객보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첫 회 단풍나무 콘서트 때는 중학교 전교생이 서른 명 쯤이 되었는데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도 초청했던 터라 콘서트장이 마치 시골장처럼 북적거려 공연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황당하기까지 했지만 지나고 나니 그 모든 게 눈물 같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쯤 그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요.
티없이 맑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함성소리, 박수소리. 그들의 영혼 깊은 어딘가에 단풍나무 콘서트가 꺼지지 않는 작은 희망의 빛으로 살아서 맑은 추억이 되어져 맑은 길 맑은 꿈으로 이어지길 두 손 모으게 됩니다.

우리 모두의 희망을 위한 공연
마지막 단풍나무 콘서트가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여운이 가슴을 아리게 했습니다.
아이들을 무지 사랑했던 목사님과 교우들 그리고 선생님, 학부형님들. 우리들이 슬펐던 건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유 그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공연이 마지막인 게 안타까워 저는 목사님께 다시 제의를 했습니다. ‘단풍나무 콘서트’를 끝내지는 말자고, 또 다른 향방으로의 희망을 노래하자고.
목사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저보다 더 간절한 마음이었기 때문이지요. 주변 분들도 단풍나무 콘서트를 없애지는 말자고 너도 나도 다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시골 중학교에 무슨 큰 희망이 있겠냐 싶지만 저는 단풍나무 콘서트를 보며 희망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었지만 실은, 참여한 우리 모두의 희망을 위한 공연이었기 때문입니다.
단풍나무 콘서트 때문에 교우들이 한 마음이 되었고 마을에도 소문이나 마을 사람들도 그날만큼은 단풍나무 아래서 한바탕 흥을 내고 웃음 짓는 날이 되었고, 학교 선생님들도 그날은 아이들만을 위해 온전히 봉사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게 우리가 한데 어우러져 희망을 일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우리 모두가 같이 움직이고 같이 웃으며 같이 우는 것임을. 그래서 생겨난 그 추억이 우리들 영혼에 맑은 사랑의 샘을 솟게 하고 새로운 마음, 새로운 눈, 새로운 자세를 가지게 한다는 것을.

손우물 같은 기도 필요
아직 단풍나무 콘서트를 어떻게 할 건지는 결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한데 모아지고 있어서 단풍나무 콘서트가 새로운 뜻을 품고 또 다른 아름다운 꿈을 안고 일어서리라 기대합니다.
아름다운 동행 가족여러분 이 작은 공연을 마음으로 지켜 주세요.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한 자에게 큰일을 맡기시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을 예수에게 한 것이라 공표하셨으니, 단풍나무 콘서트는 비록 작고 여리지만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마음으로 희망을 실천하려 하니 작은 손우물 같은 기도를 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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