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요청한 꾸마르
난동을 벌였던 꾸마르가 교회를 찾아왔다. 주일 예배시간도 아닌 평일에 찾아온 것이다. 난동을 부릴 때의 저돌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기가 많이 죽은 모습이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악몽을 꾼다고 도와 달라고 했다. 때로는 사람들이 자기를 때려 피투성이가 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집에 불을 질러 자기가 타죽는 꿈도 꾼다고 했다. 자기가 저지른 죄의 댓가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무섭고 두려워 죽을 것 같다고 몸을 떨었다.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이런 죽음의 그림자가 떠나가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목회자는 그것이 그를 살리기 위한 사랑의 계획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일들이 아니면 절대 변화되지 않을 테니까….

전도의 기회가 되는 ‘크리스마스’
작년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던 때였다. 전도하기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예수는 몰라도 크리스마스는 축제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축제 준비로 분주하게 보낸다.
싸트마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성도들은 마을 한복판에 있는 야외무대를 빌려 매년 크리스마스 공연을 해오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전달할 작은 선물도 준비를 하는데 이곳에서는 달력이 최고의 인기 선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교회 성도들은 예쁜 옷으로 차려입고 손에는 그동안 준비한 선물을 가득 안고 마을 운동장에 모인다.
대형 스피커도 설치를 하고, 무대에는 가지각색의 장식들로 꾸민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보고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공터에는 의자도 비치하고, 추운 날씨에 마음을 녹이라고 따뜻한 차도 준비를 한다.

무대로 돌진한 꾸마르
이날도 아이들의 찬양과 캐롤, 어른들이 준비한 연극 등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만큼은 타종교인도 교회가 준비한 공연에 맘껏 박수를 보낸다.
꾸마르가 이곳을 지나가게 된 것은 한참 공연이 무르익어 갈 즈음이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길에 이곳과 맞닥뜨렸던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이날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노랫소리가 그의 귀에 거슬렸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서양의 신인 예수를 끌어다가 최고의 신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축제를 벌이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반감이 폭발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대로 돌진했다. 그리고 무대에 가득 채워져 있는 장비들과 소품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내동댕이쳤다. 마이크와 음향 장비들이 무대 위를 나뒹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성도들은 당황하여 무대 뒤편으로 피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꾸마르를 말리느라 그와 뒤엉켜 씨름을 했다. 무대 아래에서 구경하던 주민들도 엉겁결에 벌어진 일에 어리둥절하다가 무대 위로 올라와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무대 위로 몰려드는 바람에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아수라장이 되었다.
꾸마르는 군중이 몰려들자 성난 황소처럼 더 난폭해졌다. 그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마이크 스탠드로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폭행했다. 그 와중에 몇 사람이 쓰러져 피를 흘렸다. 쓰러진 사람들은 압사할 상황까지 되고 말았다. 결국 피가 낭자하고 예쁜 옷을 입었던 성도들이 바닥에 나뒹굴며 의식을 잃고 죽음의 직전에 몰리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 난동은 경찰이 출동해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일년을 기다려왔던 크리스마스 축제는 그렇게 엉망으로 끝났다. 그러나 아쉬움과 슬픔도 잠시, 부상당한 성도들이 걱정이었다. 그리고 잘못하면 목회자까지도 어려움에 처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이 나라의 경찰은 기독교에 호의적이지 않아 얼마든지 교회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성도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쁨과 전도의 성취감으로 즐거워해야 할 시간에 걱정과 두려움으로 숨을 죽이고 지내야만 했다.
얼마 후 경찰에 끌려간 꾸마르는 술이 취한 상태에서 벌인 일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석방되었다. 파손한 교회 물건을 배상하라거나 다친 성도들의 병원비를 지급하라는 책임도 지우지 않았다. 교회는 목회자에게 별다른 해코지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해야만 했다.

피, 눈물, 감사의 크리스마스
그렇게 서너 달이 흘렀는데 꾸마르가 찾아온 것이다. 악몽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 있던 죄책감을 견딜 수가 없어서 찾아온 것이다. 목회자는 사과하길 원하면 주일 예배에 참석하여 성도들을 만나라며 초청했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꾸마르는 목회자의 말대로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그곳에는 꾸마르에게 맞아 피를 흘렸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꾸마르에게 항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형제가 말했다.
“피를 흘리도록 맞은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줄 몰랐어요. 난 꾸마르를 살리기 위해 피를 흘린거네요. 그런데 저보다 먼저 대신 맞고 피를 흘리고 죽으신 분이 있어요. 그분이 꾸마르를 위해서도 그런 고통을 당하셨어요. 바로 예수님이시죠.”
꾸마르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예수를 믿기로 작정했다. 성도들도 같이 울었다. 엉망으로 끝난 크리스마스 축제인줄 알았는데 한 영혼, 꾸마르를 위한 크리스마스였다는 것을 알고 흘리는 감사의 눈물이었다.

무명의 선교사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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