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인천의 끝자락, 전에 하인천이라 불렸던 동네에서 ‘다문화 공동체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서울서 가기에 인천 끝이라 하지, 정작 인천은 서울로 들어오는 문 역할을 하는 시작점이다. 수많은 선교사와 외국인이 인천항을 통해 들어 왔고 인천상륙작전도 여기로 이뤄지지 않았던가. 그래서 ‘한국기독교 선교기념탑’이 이곳에 세워져 있고 역사 깊은 차이나타운 안에 최초로 짜장면을 만든 원조집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송월교회(박삼열 목사)에서 열린 제3회 다문화 공동체 크리스마스 파티는 필리핀을 비롯한 베트남, 중국,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지에서 온 다문화 가족과 후원자들 2백여 명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만찬의 자리로 이어졌다. 자국의 언어와 한국어로 크리스마스 성가를 부르며, 의상을 맞춰 입고 한국 가수의 노래와 춤을 삼삼오오 연습해 보여주기도 했다.

다문화 토요학교
송월 다문화 공동체는 결혼으로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을 위해 4년 전 요리 강습을 하며 시작되었다.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전적인 봉사로 문을 열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의 지속성이 없어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토요학교를 열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자 입소문으로 지금은 어린이부터 중고생까지 6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이 다문화 토요학교에서는 체육과 악기 레슨을 통해 한국과 문화적으로 거리감을 느끼는 자녀들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며, 이들을 전인적으로 돌보기 위해 송월교회 다문화가정 후원자들과 한 가정씩 연결해 몸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빈티지 가게 ‘파랑새’에서 교육비 충당
또한 다문화 공동체는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비, 강사비 지원을 위해 사업도 벌이고 있는데, 빈티지 가게 ‘파랑새’의 운영이다. 이 가게는 송월교회가 창고로 쓰던 것을 개조한 공간으로 처음에는 가정 폭력으로 피할 곳이 없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쉼터로 제공되었다가 그 활용도를 넓힌 것이다. ‘파랑새’가 다문화 가정을 위한 비용을 충당하는 가게로 알려지자 교회는 물론, 각지에서 물품이 기증되어 다양한 품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가게 지킴이로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고용해 일자리 기회도 주고 이익금으로 악기 구입이나 체육 활동비를 지불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공동체 김문경 대표는 “이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기술을 습득해 일을 갖는 것이어서 내년엔 바리스타와 미용 기술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크리스마스 파티 참 고마워요
이날 모임에 참석한 카빈 씨 가족은 “부부가 일하느라 아이들과 제대로 외식할 기회가 없는데, 오늘 이렇게 한국 비빔밥을 맛있게 대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며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이 따스해졌다고 말했다.
또 필리핀에서 온 레아는 친구가 출연해 구경하러 왔는데 “파티가 재미있고 선물도 많아서 또 오고 싶다”고 하며 다문화 가정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이날 파티는 송월교회 봉사자들의 섬김으로 참석자들을 내내 훈훈한 분위기로 이끌어갔으며, 후원자들이 제공한 스카프와 화장품을 나누며 풍성하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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