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남편과 다퉜다는 얘기를 듣고 아침에 딸에게 전화를 했다.
“딸아, 어제 내 마음이 너무 쓰렸다.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공부하고 학위 따고 하는 게 다가 아니다.”
그랬더니 딸은 “왜 안 그래?” 한다.
그래서 “아무리 자신의 성취를 이뤄도 가정의 행복이 깨지면 다 소용 없는 것이다. 네가 하는 일보다 가정이 화목한 것이 더 좋은 일이다”고 했더니 딸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넌 이제 아빠, 엄마를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하고 다음으로 남편을 의지해야 한다. 남편에게 잘 대해 주어라. 기분 좋게 해 주어라. 새벽에 직장 갈 때 아무리 피곤해도 꼭 일어나서 문밖까지 전송해라. 네가 남편에게 함부로 대하면 아들이 보고 그대로 배운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니? 남편에게 전화해서 어제 잘못했다고 말해라. 행복을 가꾸려고 서로가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 행복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라.”

행복은 준비하는 자의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의 필요를 위해서는 준비를 하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준비하지 않는다. 아니, 준비해야 하는 줄을 모른다. 그냥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은 행복한 인생은 행복을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는 것이다.
결혼해서 부부관계를 어떻게 가지는지, 애를 어떻게 키우는지, 어떻게 나이가 들어서 40이 되고 50이 되고 60이 되고 노인이 되어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 별로 들은 바도 없고 공부한 바도 없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하고 후회한다. 살면 살수록 행복한 인생을 준비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한다.
이런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자녀들에게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쳐줬을 것이고, 부부 갈등이 있을 때 그것을 잘 헤쳐 나가는 법을 따랐을 것이고, 노인이 되는 준비를 더 잘 해서 어려움이 적었을 것이고, 이웃과 더 알콩달콩하게 살았을 것이고, 죽은 후에 자식들이 재산 싸움으로 콩가루 집안이 되지 않도록 막았을 것이다.

따뜻한 성품이 중요
그럼,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공부하고, 직장 갖고, 돈 벌어 저축하고, 애들 공부 챙기고, 집 사고, 운동해서 건강 챙기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고, 사회봉사 하고…. 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빛나는 성공을 일궜다 하더라도 그것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 또 내면생활에 있어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따뜻한 성품’이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기뻐하고, 감사하고, 관용하고, 용서하고, 배려하고, 남의 어려움에 안타까워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호감을 갖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주변을 따뜻하게 한다. 기도 많이 한다고 교만해지지 말고 따뜻한 성품을 길러 예수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행복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말(언어)을 빼놓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말을 함부로 해서 아내나 자녀들과 불화가 있었던 때가 적지 않았다.
내가 함부로 내뱉은 말이 화살이 되어 다른 사람의 가슴에 박힌다는 말을 얼마나 들었던가! 말 때문에 행복을 깨뜨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자녀에게 행복을 가르치라
심각한 갈등을 겪는 부부들 중 상당수는 갈등 초기에 불화를 진화시키지 못하거나, 갈등 진전 과정에서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잘 몰라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남녀는 태생도 성장환경도 다르고, 비록 나는 옥수수를 가로로 먹지만 너는 세로로 먹는 것이 결코 틀린 게 아니란 걸 진작 알았더라면, 부부란 내 기준에 맞추려 하지 말고 네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반쪽이란 걸 알았더라면, 부부 관계에도 공짜는 없으며 반드시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걸 알았더라면, 갈등을 참는 것 그 이상의 정성이 있어야 얼음 녹듯 한다는 걸 알았더라면, 부부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정의 행복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행복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자녀에게도 행복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를 왕자와 공주로 키워서는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따뜻한 마음씨, 남을 배려하는 태도, 이런 것이 전문적인 실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생을, 시간을, 귀한 것에 쓸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쳐야 자녀와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삼

법조인으로서 이웃의 아픔에 눈을 두는 그리스도인. 교회와 사회와 국가의 바름과 옳은 몸을 생각하며, 윤리 환경 봉사 관련 NGO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원주제일감리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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