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콘서트를 열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詩월의 마지막 밤을…”
“바스락”은 나뭇잎이 지상에서 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리입니다. 우리로 숨 쉬게 했던 나뭇잎이 마지막 사명을 다하고 품었던 물기조차 세상에게 돌려주고 이보다 가벼울 순 없다 싶을 영혼의 순례자처럼 가볍게 거름으로 돌아가는 그 소리…. “바스락”,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입니까.
그리운 시월의 마지막 밤. 우리들은 ‘좋은날풍경 바스락 콘서트’로 모였습니다.

 
진해 안골.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카페에서 1부는 기타와 목소리, 2부는 시낭송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아차 싶을 만큼 걱정되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공연 장소였습니다. 시내에서 너무 멀찍하고 한적한 곳이라 대중교통도 없어 자가용이나 카풀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애매한 비산비야 같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리움의 힘은 컸습니다. 오히려 오가는 시간은 기대와 감동을 나누는 뜻밖의 선물이 되었고, 참석한 인원은 예상보다 3배나 더 많아 서로의 어깨가 붙을 만큼 객석이 가득했습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나무 기타로 흥겹게 ‘풍경’이란 노래를 부르며 콘서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이 예쁘다고. 그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은 예쁘다고. 그 아픔은 누군가에게 내어준 밥이라고. 그래서 그 상처는 별처럼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렇게 상처는 영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물감이라고. 우리는 울긋불긋한 벌레 먹은 나뭇잎을 노래하며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겠거니 지상의 미완성이 천상의 美완성되게 하시는 신의 은총이라고….

어린 동심으로 나는 시 한 편
1부 콘서트가 끝이 나고 사회자의 부드러운 진행으로 2부 시 낭송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바스락 콘서트를 홍보할 때 “시(詩) 한 편, 나뭇잎 한 장 들고 오이소!”라는 카피 문구를 썼었는데 정말 여러 벗님들이 가슴에 보물처럼 간직했던 시를 들고 와 주셨고, 사랑의 마음으로, 영혼의 떨림으로 시를 낭송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풍경을 목도하며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를 낭송하는 벗님들은 신비한 띠를 두른 지상을 거니는 천상의 미소년, 미소녀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벗님은 서울에서 내려와 시와 시낭송에 대한 강의해 주시며 시의 미학을 가르쳐 주셨고, 부천에서 내려오신 어떤 벗님은 고교시절 첫 눈에 반해 버린 첫사랑과도 같은 시를 들려주시며, 우리로 하여금 가슴 찌릿했던 첫사랑 그 시절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 소녀는 지금 교회 권사님이 되셨고, 그 시는 지금의 그녀를 영원한 소녀로 살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밀양에서, 창원에서, 부산에서, 멀다면 충분히 멀 수 있는 거리에서 마음 맑은 벗님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그렇게 시월의 마지막 밤 바스락 콘서트가 끝났습니다.

시 속에서의 하나님
별빛보다 더 영롱한 영혼들의 축제가 이젠 추억이 될 차례. 문득 밤하늘 빛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이 빛나는 저 별보다 더 아름답다는 게 새삼스러웠습니다.
신의 은총 속에 사는 우리들. 쓸쓸함 마저 은총인 이 지구별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별’이었습니다.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한 걸 느낄 수 있는 신의 자녀들이 사는 사랑별.
누군가 사랑의 정의를 “그로 살게끔 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시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지금 세상이 시를 버린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니, 세상이 스스로 시에게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을 외면할 길이 없습니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느끼기는 이제 다가올 겨울처럼 싸늘할 진 몰라도 시 속에서의 하나님은 여전히 춤을 추시며 노랠 부르시며 아이처럼 뛰어 놀고 계심을 느낍니다.
영혼의 향기가 천상의 노래로 울려 퍼지던 詩월의 마지막 밤. 별 너머로 감사의 노래를 하나님께 띄웠습니다. 그리움 한 조각. 詩월의 마지막 밤.
우리의 詩와 노래는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서린 향기로운 그림이 되었습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