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집사는 옷매무새와 봉사하는 솜씨가 좋다. 상냥한 성격으로 주위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더욱이 성격이 강한 남편의 주장을 잘 참고 조절하는 모습이 남의 눈에도 보여 ‘온유 집사님’이라는 별명까지 듣고 있다.
그런데 ㄴ집사님을 가까이 대하다 보면 다른 사람 뒷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남의 얘기를 하고 있는 듯,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말을 잘 끄집어내곤 한다. 한번은 ㄴ집사와 그런 얘기를 나눈 사람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사람과 거리감이 생겨 어색해하는데 ㄴ집사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온유한 얼굴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 이런 면이 불편하다는 말을 하자 “내가 말할 때 동조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담전문가는 “ㄴ집사의 경우 온화한 얼굴로 남편의 강한 성격을 참아내며 자녀에게도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니, 마음속에 쌓인 피로가 자신도 모르게 남을 흠잡거나 이중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 조용한 사모님 이야기
목회에 늘 머리와 마음 쓸 일이 많아 힘겨운 ㄹ사모님 얘기다. 40대에 첫 목회를 시작한 남편을 도와 ㄹ사모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교인을 돌보는 사람이다.
그러나 집에 오면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건성으로 듣거나 대답을 놓치곤 한다. 아이들은 고단한 엄마를 알기에 되묻거나 항의하지 않고 물러서 있는 것이었다.
“어릴 적 여러 형제 가운데 끼어서 내 의견이 무시되는 분위기가 싫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신도 그러고 있음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ㄹ사모님은 “아이들에게 나 같은 심정을 주고 싶지 않아 둘만 낳아 키우는데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고 있음을 깨닫자 서글픔이 올라오더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밖에서처럼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듣고 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수동 공격적인 양상
우선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을 지닌 사람은 온유에 가깝다. 순종적이고 검소하며 순수한 이들은 이미 주변에서 인정을 받고 있어 자기 몫보다 더 많이 일하고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니 그 속에서 불평이나 욕망이 생길 때 적절히 드러내지 못해 마음에 짐으로 남게 된다. 점차 쌓인 울화, 부정적 감정은 가족 구성원이나 주위 사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전달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수동 공격적 언어나 태도로 나타나는데 온화함 속에 들어있어 오랜 시간 관찰해야 알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부모로부터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뚜렷이 의식하지 못하고 생활양식을 습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이유로 항변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겉으로 온화하게 길이 든 조용한 모습으로 성장하나 스트레스를 자신에게 이입시켜 두통, 소화 불량을 겪는 ‘신체화 증상’을 갖게 되거나,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수동 공격을 하는 유형으로 만들어져 간다.
긴 역사 속 대부분의 여성이 이런 수동 공격의 구조를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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