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학창시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바오밥나무와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별 B 612에서 사는 어린 왕자를 만나면서 가슴으로 세상을 보는 법의 소중함을 어렴풋이 느낀 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별 ‘달팽이의 별’을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대상을 받은 영화 ‘달팽이의 별’은 그 별에 살고 있는 조영찬 전도사와 그의 아내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헬렌 켈러라고 불리는 조영찬 전도사는 어릴 때 심한 열병을 앓은 뒤 시청각 중복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시각과 청각은 없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있습니다. 그는 별이 보이지 않아도 별이 있음을 알고, 어두운 밤에도 지구 아래 붉은 태양이 웅크리고 있음을 압니다. 참으로 듣기 위해서 잠시 듣지 않을 뿐이고 참으로 보기 위해서 잠시 보지 않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우주 저 멀리 날아간 자신의 감각이 어느 날 길을 찾아서 돌아올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가 외로움을 이겨내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돕는 아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왕자에게 바오밥나무와 장미꽃 한 송이가 있었듯이, 달팽이의 별에는 조영찬 전도사의 아내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의 아내는 척추 장애로 키가 120cm 밖에 되지 않지만,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길들여져 돕는 배필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외로운 저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헬렌 켈러에게 설리반 선생님을 보내셨던 것처럼 저에게 아내를 보내주셨습니다. 절망을 딛고 달팽이처럼 느리게나마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돕는 아내와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그와 그녀가 함께 살고 있는 이 달팽이의 별에는 비록 소리가 없지만 그녀가 그의 두 손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글을 쓰는 모습은 그 어떤 피아니스트의 연주보다 가슴을 울립니다. 이처럼 그 별에서는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봅니다. 마음이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 세상입니다. 빗소리도, 나뭇잎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손끝을 통해 서로의 마음에 깃듭니다. 그들의 세상에는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감사의 조건들이 천천히, 그리고 느릿느릿, 이 세상의 시간을 넘어서 아름답게 빛을 발합니다.


달팽이는 명암만 구분하고 시력과 청력이 없으며 암수 한몸입니다. 그와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을 ‘달팽이 별’이라 일컫는 이유입니다. 그녀는 다른 이들보다 등이 굽어 키가 작고, 그는 시각과 청각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그녀는 느리지만 다정하게 서로에게 감사와 희망이 되어줍니다.
조영찬 전도사는 세상을 마음으로 보며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갈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시청각장애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설리반의 손 헬렌 켈러의 꿈’이라는 다음 카페를 개설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함께 시청각장애인 인권 개선 세미나도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과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아름다운동행 감사운동본부 위원장으로 감사운동의 선도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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