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환희 전도사의 눈물의 열매

벤두마 교회의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3년 전 교회를 개척하고 주일 예배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찬양대는 환영의 노래를 불렀고, 박수와 환호, 찬양과 춤으로 교회당은 가득 찼다.
성도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강단에 섰다. 성도들 앞에 서니 눈물이 났다. 자격 없는 자를 써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생각났다. 2년 전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이환희 전도사였다. 그가 이 마을에 와서 울며 기도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의 눈물의 열매가 이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랬다. 그가 없었다면 어쩌면 이 교회는 세워지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찾아가기 힘든 땅끝 마을
이 마을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도시까지 배로 1시간 30분을 가야 한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중간 도시에 도착하면 정글로 들어가는 지프차를 구해야 한다. 6명이 정원인 작은 자동차에 18명가량이 타고 간다. 짐도 실어야 한다. 그렇게 사람과 짐을 모두 싣고 나면 그 안에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 차로 16시간가량을 달려야 센터가 되는 마을에 도착한다. 그것도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의 일이다.
진흙길에 차가 빠지면 모든 승객이 내려서 차를 밀어야 한다. 온몸이 진흙을 뒤집어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잘못하면 사람이 빠져 사람 꺼내느라 수선을 떨어야 한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을에 도착하면 사역하는 마을까지 오토바이를 빌리거나 걸어서 가야 한다. 차가 들어갈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 끝까지 가라면 어디든 가겠지만 여기만 빼고 가면 안 되겠냐고 말도 안 되는 기도를 한 적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교회 성도들을 데리고 들어가 함께 사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인교회가 방문하게 되었고, 이환희 전도사는 그 팀의 일원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마을에 데리고 갔더니 주민들은 백인이 왔다며 놀라 도망가고 아이들은 공포에 싸여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주민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지고 갔던 구호품을 전달하고 약으로 간단한 치료활동을 했었다. 그로 인해 마을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졌고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이환희 전도사의 눈물의 기도
그때 이 벤두마 마을을 방문했다. 이 마을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우리에 대한 반응은 비슷했다. 그래서 최대한 주민을 안정시키고 접촉점을 만드느라 애를 썼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수많은 사람들이 마을로 들이닥쳤다. 갑자기 마을은 그 사람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었다. 알고 보니 백인들이 이곳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지역에 퍼져서 우리를 보기 위해 몰려온 사람들이었다.
고맙기는 했지만 우리 계획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국어 찬양과 율동, 수준 이하의 마술 등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그리고 축복의 시간이라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기도를 이환희 전도사에게 부탁했다. 그동안 이환희 전도사는 팀에서 마땅한 선교적 역할이 없었다. 마음이 너무 착하고 내성적이어서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복음을 적극적으로 전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식사를 하고나면 먼저 나서서 설거지를 한다든가 다른 사람들의 짐을 들어주는 고마운 일들은 많이 했지만 복음을 전하는 사역에서는 거의 기회가 없었다.
그런 그가 한국어로 기도를 시작했다.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그가 기도를 시작하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 봤다. 그는 절규하듯 기도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기 시작했다. 통곡에 가까운 기도였다.
이 땅에서 구원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영혼들에 대한 가슴 찢어지는 그의 심정이 기도로 토해졌다. 복음이 이 마을과 인근의 모든 가정들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안타깝게 기도했다. 교회가 세워지고 주님을 찬양하는 마을이 되게 해달라며 외치는 그의 기도는 주님의 심정을 느끼게 했다. 그 기도를 주민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뜨겁게, 그리고 가슴을 찢으며 통곡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몇 사람이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땅을 떠날 때 알게 되는 ‘성공’
그의 기도가 끝나자 주민들은 마치 주인의 지시를 기다리는 어린양처럼 변해 있었다.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복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을을 떠나오며 이곳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선포했다. 누가 와서, 어떻게 교회를 세워야 할 지 아무 대책도 없었지만 그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곳에 과연 교회가 개척되었다. 이 교회는 돌아가신 이환희 전도사의 눈물의 기도가 불씨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안타깝게 이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던 그 기도, 가슴이 터지도록 이 땅에 교회가 세워지게 해달라고 절규했던 그 기도로 이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그분은 이런 결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있는 동안 박수갈채를 받지는 못했지만 천국에서는 주님의 칭찬을 받을 줄 안다.


무명의 선교사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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