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 발전이 성서와 기독교의 가르침에 심각하게 위배됨을 쉼 없이 이야기해 왔습니다. 핵 발전은 물질의 기본 단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에너지를 얻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에너지가 아닙니다. 핵(이른바 원자력)은 유전자조작이나 생명복제처럼 창조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창조질서를 해칩니다.

 

창조세계를 잘 지켜야

우주를 창조하시고 경탄하신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세계의 청지기로 세우셨고, 지구 생명을 잘 지키고 보전하라 명하셨습니다. 오늘날 그 명령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지진이 다시 후쿠시마 원전을 관통한다면 오염수가 담긴 1천 톤짜리 수천 개의 통이 바다와 지하수로 유출되는 것은 물론 4호기 폐연료봉이 담긴 수조가 붕괴될 수도 있어 그야말로 대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원전폐로? 원전확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세계는 두 부류로 나누어졌습니다.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원전을 폐로하기로 결의하였고,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라들은 원전 확대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후자에 속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7개월이 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은 커녕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방사능 물질이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고 해결능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돌연변이의 발생, 오염수의 바다 유출로 인해 태평양 전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었고 향후 사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20km반경 안 출입금지에서부터, 피난 나온 16만 명의 사람들은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나 한 것일까요?

 

후쿠시마-지구의 위협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은 전 지구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원전을 과소평가하다가는, 인류는 물론 지구 전체가 자멸하게 될 것입니다. 원전은 인류가 쉽게 손에 넣어서는 안 되는 ‘선악과’였습니다.

지금이라도 원전을 포기한다면 인류는 기회를 얻을 것이지만 원전을 고집한다면 핵 전쟁이 아니라 원전사고로 인하여 인류는 물론 지구 생명 전체가 멸망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류에게 보내온 하나님의 경고요 지구생명에게 주는 경고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 너무나 많은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방조했습니다.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면서도 죄의식이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핵에너지 생산(원전산업)을 지지하는 등 원전에 무지했고 또 무관심했습니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깨달은 사람들이 회개하고 돌이켜야 합니다. 아울러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핵문제를 위한 기도

세계 140여 개국에서 모여오는 손님들이 10월말 부산에서 모여 기독교의 큰 축제를 갖게 되는데, 거기서도 지구가 직면한 생태정의, 경제정의, 평화의 문제를 논의하고 결의하고 다짐하는 마당이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핵 문제는 당연히 그 축제(WCC 세계대회)의 의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주제는 신학적인 입장문제가 아니겠지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지금부터 40일간, 한국원전의 상징인 고리원전 앞에서, 단식 릴레이 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세계교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핵에 대한 성숙한 논의를 거쳐 핵 없는 평화세상을 이루자는 결의를 얻기 위함입니다.

이 기도 순례가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해드리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오는 교회 지도자들을 감동시키길 기대합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모든 국가들이 원전 신규 건설을 철회하고 수명이 다된 원전을 폐로하기로 결단하길 기도합니다.

이 거룩한 행진이 세계교회를 바르게 세워 핵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어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는 단초가 되길 희망합니다.

회개하고 애쓰며, 다만 하나님의 자비를 구할 뿐입니다.

핵 없는 세상, 모든 생명이 평화로이 숨을 쉬는 세상인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을 찬미합니다. 사사로운 일을 잠시 뒤로 하고 거룩한 행진에 동참합시다.

 

양재성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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