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씨는 잘 자란 20대의 딸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벅차다.

열심히 뒷바라지한 열매이기도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한 딸이 흐뭇하고 고맙다. 엄마와 달리 감성이 풍부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 집중하는 걸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부터 성경 말씀을 읽고 공부하더니 몇 개월 만에 생활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 일찍 큐티로 시작해 삶에 대한 가치관이 확실해진 딸을 엄마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한 가지 안 바뀐 게 있다.

 

엄마 순위는 몇 번째?

그전에도 밖에서는 남들과 매너 좋은 사람으로 살면서 엄마한테 냉정하게 굴더니, 이젠 웬만한 일에 하소연 좀 할라치면 “기도해 보세요”, “엄마가 스스로 생각해 봐”라고 두 말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 이젠 기도하라는 말로 나를 도망치는구나.’

더욱이 여유 있게 차도 마시면서 시간 좀 갖자고 하면 성경공부 한다고 시간이 없다니, ‘하나님께 완전히 밀렸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금껏 딸아이가 행복하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데 하나님과 순위 겨루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연아 씨도 웃음이 나왔다.

 

여러 말이 필요 없어요

새 학기에 유학을 떠날 아이와 남은 날을 잘 보내자고 둘이 교외로 나갔다. 즉흥적으로 하룻밤을 자기로 하고 예쁜 펜션을 찾아 굽이굽이 길 안내를 따라 갔다. 그런데 포장이 제대로 안 된 길로 들어서더니 좁은 벼랑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차를 돌려야 하는데 아차 하는 순간이면 두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바퀴는 헛돌고, 네비게이션을 원망해도 소용없고, 자동차 보험이나 남편은 멀기만 한 밤이었다.

그때 “주여” 라는 딸의 한마디 외침이 들렸다. 주여~ 얼마나 함축적인 말인가. 이 복잡한 심정에 연아 씨의 귀에 와 닿은 한마디. 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무사히 그곳을 빠져 나왔다.

 

빈 둥지, 빈 둥지

그날 이후 딸의 믿음이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왠지 연아 씨 마음은 점점 외로운 듯 했다. 딸은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도 스스로 보람 있는 일을 찾으세요. 나는 내 할 일 잘 알아서 할 거니까요.”

연아 씨는 속으로 말했다.

‘네 일 아니면 내가 신나서 할 일이 뭐가 있겠니. 그래, 차차 생각해 볼게. 그동안 더러 생각해 보긴 했는데 잘 모르겠다.’

이제 연아 씨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가 온 듯했다. 딸애가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니 내가 할 내 일은 무엇인가. 이제 정말 생각해 봐야겠다.

 

아킬레스건을 사용하시는 하나님

연아 씨는 “나도 하나님을 믿는데 딸이 신앙생활을 하는 걸 보니 깊이가 다른 거예요”라고 말한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수도 있다고 하더니 그걸 보는 느낌이 들어요. 딸이 원하면 뭐든지 했는데, 이젠 기도를 원하니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요.”

연아 씨는 딸을 따라서 큐티를 하고 새벽기도도 가보고 있다. 매일 새로운 깨달음으로 사는 딸처럼 될 수 있을지 시도해 보고 있다.

“너희가 악할지라도 자식에게 좋은 것으로 줄줄 알거든, 하물며 아버지께서 너희가 구하는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믿으며.

연아 씨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귀한 딸은 자신이 빠져나가는 빈 둥지 자리를 믿음으로 채우게 하고 새 학기, 자기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작은 천국 패밀리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세월을 지내며 작은 천국의 모습으로 성숙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칼럼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