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용서받기 위해 고행의 길

매년 8월이 되면 북인도 지역의 주요 도로변은 몸살을 앓는다. 고행자들의 행렬 때문으로, 그들은 갠지스강의 발원지에서 성스러운 물을 담아 고향 마을까지 운반한다. 가깝게는 100Km, 멀게는 500Km나 되는 거리를 걷는다. 그렇게 운반한 물을 고향 마을의 신상에게 붓고 나면 긴 고행의 여정은 끝나게 된다.

국가적으로 치러지는 이 행사에 경찰은 차선 일부를 통제하고 고행자들이 자유롭게 걸어가도록 돕는다. 지역 유지들은 휴게소를 만들어 그들이 맘껏 먹고 쉬다가 갈 수 있도록 돕는다.

행사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에는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다니는 트럭들을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그들은 갠지스강에서 공수해 온 물을 마지막 기회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어떤 청년들은 걷는 것도 모자라 그 먼 길을 뛰어서 완주한다. 그것을 한사람이 다 할 수 없으니 수십 명의 동료들을 태운 트럭이 뒤따르며 장거리 계주하듯이 한다.

끔찍하게 무더운 북인도의 날씨 속에서도 이런 고통의 행진은 매년 반복된다. 이유는 오직 한가지다. 1년 동안 지은 죄들을 용서받기 위함이다. 얼마나 정성을 담은 고행을 했느냐에 따라 죄를 용서받을 가능성도 좌우된다고 믿는다. 공을 드릴수록 신이 자신의 죄를 용서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 것이다.

우매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이런 정신적 굴레에서 이들은 수천 년을 살아왔다. 이것은 어느 순간 받아들이는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날 때부터 뼛속 깊숙이 새겨지는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식을 가진 이들이기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 죽으신 것을 믿기만 하면 죄를 용서받는다는 진리를 그들은 절대로 이해를 못한다. 아니, 그런 진리를 하찮게 생각한다. 깊은 고뇌와 명상과 고행의 과정을 통해 깨달아지는 진리가 아니라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기적 같은 사건, 쓰웨타 아주머니

그래서일까? 이곳에서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여러 기적 같은 사건들이 지금도 왕왕 일어난다. 소위 성령의 충격요법이라고나 할까…. 기적을 보면 예수의 존재를 믿게 되고 교회에 출석하여 성경을 배우면서 믿음을 키워가는 식이다.

쓰웨타 아주머니도 그런 경우이다. 그녀는 몇 년 전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 심리적으로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인 때였다. 가장 큰 원인은 아이가 없는 것이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사찰을 드나들며 공을 드리고 구제를 하고 고행을 했다. 종교적 스승이라 여겨지는 ‘구루’들을 찾아다니며 복을 빌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교회였다. 기독교인의 신이 자기를 긍휼이 여겨 태를 열어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소망 때문이었다. 그동안 사찰을 찾아다니며 했던 그 정성으로 교회에서 힘을 다했다. 물질도 드렸다. 기도의 시간은 빠지지 않고 찾아가 함께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그녀는 자포자기하게 되었다. 정신적 불안 증세는 극에 달하고 귀신들린 여자처럼 행동했다.

사역자는 자연히 그녀에게 관심을 쏟게 되었다. 그녀가 교회에 출석하게 된 동기도 알게 되고 안타까운 가정의 어려움도 파악했다. 사역자는 이 여인을 위해 기도하며 말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를 갖는 것보다 말씀으로 거듭나면 그녀의 가정에 평안이 임할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기대한대로 그녀가 말씀을 배우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신앙이 성숙하고 의식과 삶의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 교회에 나오게 된 동기인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집착도 차츰 마음에서 걷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변화된 모습은 여러 이웃들에게 좋은 감동을 주었다. 기독교인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과 배척에서 호감의 분위기로 변화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를 갖지 못했던 그녀에게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그녀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도 원통한 일인데 아이를 갖기 위해 출석하기 시작한 교회에 너무 깊이 빠지는 것에 큰 불만을 가졌다. 그런 아내가 부정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녀의 깊은 속에 저런 불결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아이를 갖게 하는 신이 분노했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마음은 아내에 대한 불쌍한 마음에서 분노로 바뀌었고, 그녀를 핍박하며 교회 출석을 막았다. 사사건건 성경 공부를 방해하고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돌아온 여인처럼 대했다. 그러나 쓰웨타 아주머니는 그런 남편을 위해 기도했다. 이 땅의 아이에 집착하지 말고 천국을 소망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 기도는 3년이 넘도록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몸에 이상이 발견됐다. 여성병의 징후들이 여럿 보이며 몸이 극도로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참다못한 그녀는 병원을 찾아갔다. 남편이 아직 예수를 믿지 않고 자신을 핍박하고 있는데 자신마저 죽으면 남편에게는 소망이 없다는 생각에 더 살 수 있게 된다면 그 기간 동안 목숨 걸고 남편을 구원시키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러나 병원 검진 결과는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임신이었다. 그녀 나이 46세, 남편 나이 69세. 젊어서도 아이를 갖지 못했던 그녀에게 아이가 생긴 것이었다. 기적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결과였다. 그리고 그녀는 딸을 낳았다. 임신 소식을 듣고 얼마 안 되어 남편이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기도로 남편을 얻었고, 생각지도 못한 딸도 얻었다. 믿음이 없는 자에게 상상을 초월한 역사를 만들어 십자가로 돌아오게 하시는 주님의 살아계신 증거였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개척선교팀 책임자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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