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리 교회 이야기

아따리에 교회가 개척된 지 8년이 되었다. 황무지와 같았던 이곳이 이제는 인도의 북서부 지역을 선교하는 중심이 되었다. 사역자도 많이 늘었고 개척된 교회도 많아졌는데, 50km 반경 안에 위치한 대부분의 마을에는 교회가 개척되었다. 아따리 교회는 성도가 열 명 남짓 모이는 작은 가정교회이지만 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교회 건물은 없다. 사역자의 집이나 나무 밑에서 예배를 드린다. 그러나 그것이 불편하다고 교회에 나와야 할 사람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없다. 예배를 드리다 보면 강아지도 지나가고 소도 지나간다. 길을 가던 사람이 마당으로 들어와 예배를 한참 구경하다 가기도 한다.

변변한 오락 시설이 없는 이곳의 아이들에게 예배드리는 날은 축제의 날이다. 동네 아이들이 구경삼아 이곳에 다 모이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모두 땅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리며 찬양을 하고 기도를 한다. 시끄럽고 산만하고 덥고 지저분해도 성경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 눈물 나게 감사해 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자신들도 하나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은혜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을교회의 센터와 같은 아따리 교회는 모교회 답게 가장 많은 성도가 모이는 교회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 큰 과제가 되었다. 각 마을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현지인 사역자들을 훈련하는 것도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곤란한 일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예배당을 건축했다. 이 예배당 건축을 위해 가난한 성도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닭과 소를 팔았다. 전 재산이고 유일한 생계 수단인 그것을 다 드린 것이다. 밭에서 주워온 밀 이삭을 건축헌금으로 드린 성도도 있었고, 아이들이 입던 다 헤어진 옷을 드리기도 했다. 이도저도 드릴 것이 없는 성도들은 밭에 나가 일할 시간을 쪼개어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파는 노동을 했다.

그렇게 성도들의 땀과 눈물로 허술한(?) 예배당이 완공되었다. 모처럼 주일예배를 인도하려고 아따리 교회를 방문했다. 우리 수준으로는 소 외양간처럼 보이지만 이곳 성도들에게는 천국 수준의 예배당이다. 전기도 없고 선풍기도 없다. 40도를 웃도는 찌는 듯한 더위에 질식할 지경이지만 성도들은 자신들의 정성으로 지어진 예배당에 만족하고 감사해 한다. 강대상은 판자 조각을 보자기로 덮은 것이고, 성도들은 땅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 ‘네모난 콘크리트 덩어리’라고 표현하면 가장 정확할 예배당이다.

그런 중에 누가 수고를 했는지 그 삭막한 예배당 내부를 장식으로 가득 채워 놓았다. 그 장식이라는 것이 쓰레기통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낡은 비닐 노끈을 색깔별로 꼬아 만든 것이었다. 나름대로 멋을 낸다고 치렁치렁 늘어뜨린 모양이 폐가에 버려진 장식들 같았다. 예배당 전면에는 액자 깨진 것, 인조 꽃 몇 개, 레이스 천조각을 엮어서 나름 장식을 해보려 애쓴 흔적이 보였다.

한국의 성도가 와서 봤다면 온통 쓰레기로 뒤덮어 놓은 것 같은 이 형상을 목격하고 자지러지게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 성도들은 그 하나하나가 정성이다. 우리 눈에는 쓰레기지만 이곳 성도들에게는 아끼는 결혼 기념품이었고, 가정의 귀중품이었다. 평생 지녔던 것이라 다 낡은 것이지만 자신에게는 전부였던 것들이다. 우리처럼 최신형 장비와 최고가의 인테리어로 예배당을 꾸민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그러나 성도들은 오늘도 더 정성을 담아 드리고 싶어 쓰레기 같은 것들을 예배당으로 가지고 나온다.

 

인도 오리사주 서부 내륙 교회 재건

힌두 과격주의자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자들의 본거지라 할 수 있어 가장 핍박을 많이 받는 곳이 인도의 오리사주 서부 내륙 지역이다.

세계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것처럼 핍박 기간 동안 많은 교회건물이 파괴되고 불탔고, 목회자들 중에는 살해당하거나 심한 육체적 공격을 받은 이들도 많이 있다. 가난하고 혹독한 핍박을 받으며 신앙을 지켜야 하지만 뜨겁고 순수한 열정으로 예수를 믿으며 사는 이들이 바로 이곳 성도들이다.

이곳의 파괴된 예배당을 재건하거나 새로 건축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많은 교회 건물이 부서지고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새로 개척되는 교회들도 계속 나오고 있어 예배처소를 만드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대부분의 교회가 현지인 사역자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그 집마저도 부서지거나 너무 좁아 제대로 모이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예배당을 보수하거나 지을 만한 여력도 없다. 제대로 된 식기를 구입할 돈이 없어 대부분의 가정은 나뭇잎으로 음식을 먹는, 인도에서도 가난하기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름부터 시작되는 우기철이 되면 교회마다 예배드리는 것이 전쟁이 된다. 파괴된 교회는 대부분 지붕이 불타거나 무너져 비를 피할 곳이 없고, 자재를 구할 수가 없어 바나나 나뭇잎으로 지붕을 덮어 보지만 중간 지지대를 세우지 못하니 폭우가 쏟아지면 금방 무너져 내렸다. 성도들이 입던 옷을 모두 모아 바느질을 하고 잇대어서 천막처럼 만들어 덮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비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천조각 천막은 금방 찢어져 버렸다. 성도들이 힘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정도였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비를 피하며 예배를 드리는 고통의 행진을 해야만 한다.

올해도 우기철이 다가오면서 성도들의 기도가 절실해지고 있다. 지붕이 덮인 예배당을 갖는 것이 이곳 성도들의 꿈이다. 비가 와도 예배를 중단 없이 드리는 날이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마이크 시설이나 장식 같은 것은 상상도 못한다. 전기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는다. 예배만 드릴 수 있고 맘껏 찬양하고 성경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지붕 덮인 예배당이 만족의 충분조건인 성도들이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개척선교팀 책임자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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