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를 추구하지 않는 마을 교회
인도의 서북쪽 끝자락에 있는 랑가르까지 가려면 수도 뉴델리에서 기차로 7시간, 다시 차로 두 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8년 전 처음 교회를 개척한 지역이다. 교회가 없는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들을 개척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현지인 사역자를 세워 주인 의식을 갖고 교회를 담당하게 했다. 사역자는 복음이 전파되어 성도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여러 마을에 흩어져 있는 성도들을 한 교회로 모아 이 지역 최대의 대형교회로 성장시키겠다는 꿈이었다. 지금까지 보고 배운 것이 그것이니 당연한 꿈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몇 년이 지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한 교회로 모으지 않고 마을 교회를 세우게 했다. 그 가운데 충성스런 성도를 선택하여 훈련을 시키고 지도자로 세웠다. 스스로가 자립하고 교회가 건강해지도록 도왔다. 그러다가 숫자가 많아지면 몇몇 가정을 이웃 마을로 보냈다. 그곳에서 그들은 복음을 전하고 또 다른 마을 교회를 개척했다. 어느 마을 교회도 대형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얼마나 많은 마을에 교회를 개척해 가느냐에만 관심이 있었다.

누룩처럼 번져 나간 마을 교회
마을 교회들은 누룩처럼 번져 나갔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수천 개 교회가 개척되었고, 거의 매주 새로운 마을 교회가 생겨난다. 교회 하나만 보면 보잘 것 없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그들이 재생산하고 확산해 나간 교회들을 모두 합쳐 보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모이는 성도의 숫자를 다 합하면 몇 천 명에 이른다.
그러나 만약 한 교회로 모든 성도들을 모았다면 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대형화된 교회를 관리하고 목회하려면 필요한 재정과 자원이 너무 많아서 다 감당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을 교회들은 누가 손을 대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확산하고 이웃 마을들로 선교의 지경을 넓혀 나간다.
이런 선교 모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랑가르 교회이다. 선교의 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엄청나리라 생각하지만 이곳도 그렇지가 않다. 변변한 건물도 없고 시설도 갖추지 못한 허름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30도가 웃도는 더위가 막 시작되고 있는데 예배당 안에는 선풍기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성도들은 맨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데 누구 한 사람 불편하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감사하는 성도들이다.

귀신 들렸던 한 청년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한 형제가 일어나 장시간 간증을 했다. 그동안의 은혜가 얼마나 컸는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받은 은혜를 나누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귀신에 들렸던 사람이라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발작을 하는데 그때마다 지붕 위로 올라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졌다. 그리고 밤에는 짐승 울음소리를 내며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지붕에서 무작정 돌을 던지니 지나가던 아이들이 돌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그의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여자들은 집밖에 마음 놓고 나올 수도 없었다. 그를 제어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리해도 소용이 없었다. 성경에 나오는 귀신들린 청년과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현지인 사역자가 이 마을을 방문했다. 마침 이 청년이 발작을 하여 소리를 지르고 지붕에 올라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했다. 사역자는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귀신들려 제정신이 아니니 말이 통할 리 없었다. 그는 사역자에게도 소리를 지르며 돌을 던지고 짐승처럼 굴었다.
사역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그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붕 아래로 다가갔다. 귀신들린 청년은 사역자를 향해 돌을 던지고 죽일 듯이 폭력적으로 행동했다. 돌에 얼굴을 맞아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말씀을 들려주었다.
다음날 사역자는 그 귀신들린 청년이 마음에 걸렸다. 안타깝고 불쌍하여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그 마을을 찾아갔다. 마을 어귀를 들어가고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어느 한집에 모여 소란을 떨고 있었다. 귀신들린 청년이 발작을 일으켜 아이들이 먼발치에서 구경하며 소란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사역자는 그 청년에게 다가가 다시 말씀을 전했다. 그날도 그 청년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사역자는 며칠 동안 그 청년을 찾아갔다. 그러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예수라는 신이 큰 힘을 발휘해서 귀신을 쫓아낼 줄 알았는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사역자를 조롱했다. 그러나 사역자는 그 청년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예수님의 말씀이 들어가자
2주째가 되던 날 사역자가 마을을 다시 방문했는데 청년은 어느 집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발작을 일으킬 시간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사역자는 그에게 다가가 말씀을 전하고 기도를 해 주었다. 그리고 또 말씀을 나누고 기도를 하고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청년에게 말씀을 들려주고 귀신을 쫓아내는 기도를 했다. 저녁이 되자 동네 아이들은 청년 주변에 모여 들었다. 발작할 시간이 지나도 잠잠히 앉아만 있는 청년이 이상하여 구경을 나온 것이었다. 짓궂은 아이들은 막대기로 청년을 찌르며 발작을 하라고 조롱을 했다. 그러나 청년은 순한 양처럼 사역자가 들려주는 말씀만 듣고 있었다.
그날 밤 청년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날부터 다시는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 사역자를 따라 예수를 믿었고 교회를 출석했다. 완전히 변한 그의 모습을 보며 누구도 그가 귀신들렸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는 주일 예배에서 간증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가 보기에 초라하기 그지없는 랑가르 교회이지만 영혼과 몸부림치는 성도들의 삶이 있기에 오늘도 이곳에서는 살아계신 주님의 증거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세월이 지나도 이렇게 작은 교회를 개척했다는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개척선교팀 책임자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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