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목사님이 장로님께 “미혼모들을 잘 도와서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우리 교회가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자기들이 사고 쳐서 일을 저질렀는데 그런 아이들을 왜 우리가 돕습니까? 더 불쌍하고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미혼모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미혼모’라는 이유로 잉태한 생명을 어찌 방치할 것이며, 그 출산까지의 과정을 어찌 방관하고 돌보아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책임도 못질 아이니 낙태하라고 말할 것도 아니지 않는가? 아기 엄마가 혹 잘못했다 하더라도 태어날 아기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타락한 인간들의 죄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들, 버려진 기아(棄兒)들, 결손 가정에서 책임지지 못해 입양기관에 맡겨놓고 가버린 그 아이들은 그냥 버림받은 아이들이라고 내팽개쳐도 되는가?

버려지는 아이가 연간 ‘8천 명’
교회는 성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교회 내에서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알찬 교육을 하여야 한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는 이웃들을 위해 전적으로 부패한 죄인을 사랑하신 예수님을 본받아 사랑으로 섬기고 돌볼 의무가 있다. 건강한 가정을 이루도록 돕는 일에도 관심을 쏟아야 하지만, 상처 입은 가정을 싸매어주고, 부모 잃은 자녀들에게 부모 역할을 해주는 일도 교회공동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강국이라고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해외 입양아 누적 숫자로는 고아 수출국 1위이고, 현재 연간 통계로서도 한국은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고아 수출 4위국이라고 한다.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사 파송 수가 미국에 이어 2위라고 한다. 인구비례로 환산하면 단연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런 나라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책임지지 못해서 해외로 보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8천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매년 입양기관을 통해 4천여 명이 입양되는데, 그 입양아 중 60%가 해외입양이다. 해외입양이 거의 전부이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긴 했다. 국내입양이 증가추세이긴 하지만 아직 길이 멀다. 이런 통계를 접하면서 한국 교회가 전도도, 해외선교도, 여러 복지사업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이 없는 자들에게 가정을 제공하는 것 또한 시급하게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
우리도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양자의 영(靈)을 받았다고 로마서 8장15절에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그 영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자신이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 것을 경험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입양’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입양은 숨길 일이 아니다. 입양 사실을 숨긴다는 것 자체가 입양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비밀 입양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된다. 뒤늦게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입양아 본인도 충격을 받게 되고 부모도 힘들어진다. 그리스도인들이 공개 입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사회적으로도 공개 입양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날이 속히 오길 소망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익숙한 사랑, 은혜, 섬김, 화평과 같은 아름다운 단어들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입양’이란 말이 복된 언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나는 입양한 우리 셋째 아들 용원이와, 그리고 넷째 용인이와 대화를 통해 입양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 되어 사랑을 받고 은혜를 누리듯이, 이 아이들이 우리 가정에서 아들들로 사랑받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이미 엄마 아빠의 마음을 전달받고 살아가기에 ‘입양’이 상처가 아니다.
“네, 저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이지요!”

조정희
세상을 향한 교회의 사명을 품고, ‘예수 제자 되어 세상에 소망을 주는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목회자이며, 세상을 향하여 문을 열고 세상이 교회로 마음껏 들어와 살맛나게 되는 거룩한 공동체,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목회자이다. 셋째와 넷째를 입양하고 누리는 행복감, 하나님의 자녀 된(입양) 기쁨과 감격을 함께 맛보자고 권하는 ‘입양 전도사’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신부산교회에서 “예수의 증인되는 삶”을 강조하며 열정으로 목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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