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가 또 풀 타임 선발 출장했습니다. 그를 아끼며 바라보던 팬으로선 다행스럽기 그지없습니다. AS로마로 이적이 언급되던 작년 연말부터 이영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었으나, 이영표는 토튼햄 잔류를 고집하였습니다. 벤치 신세의 이영표가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을지 당사자가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란 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교체멤버로 뛰었고, 또 가끔 선발로 나와 교체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붙박이 선발출장이라는 자신의 자리를 다시 회복하였습니다.
국민배우라 불리는 안성기 씨가 정다빈 씨가 자살하였을 때 어느 신문에다 기고한 글이 생각납니다. 배우의 삶을 젊은 시절 한순간에 끝장 볼 것처럼 조급해 하지 않으면 때가 되면 좋은 영화에 캐스팅 되기도 하고 또 그러다가 잊혀지기도 하며 사람들 속에 더 깊숙이 기억되고 자리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변희봉 씨는 작년에 <괴물>로 큰 상을 받았는데 배우 인생에 처음이라 하였습니다. 그의 연기경력은 이미 수십 년이 되었으며, 그 기간 동안 무명 같은 유명 배우로 살았습니다. 젊은 신인들이 스타가 되고 또 그 별이 묻혀버리는 걸 수도 없이 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그 세월 동안 변희봉 씨는 늘 조연으로 자신의 자리를 한 뼘씩 늘여가고 확장해 갔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그에게도 볕들 날이 왔습니다.
인생이란 짧게 살고 말 일이 아니어서 전쟁 같은 시간이 올지라도 그 시간을 피하지 말 것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런 전쟁 같은 시간을 지나고 나면 더욱 선명한 자신의 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그런 기회를 기다리는 '용기'가 나를 더욱 당당하게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지 않은 '국민배우'란 없지요, 그 빛나는 훈장은 세월 없이, 만들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은 전쟁이 시작될 무렵이다. 아니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어차피 치러야 할 전쟁이라면 승리하여야 하고, 더욱 잘 준비하여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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