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산악 지역에 사는 ‘아카 종족’
라오스의 아카 종족은 고립된 산악 지역에 살고 있다. 그곳에는 그리스도인이나 교회가 전혀 없다.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족히 수십만에 이르는 그 영혼들은 예수의 복음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외부세계에 가려져 살아가는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또 폐쇄적인 환경이어서 외부인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그 깊은 산속을 기회가 되면 올라갔다.

실명 위기에 처한 한 여자아이
몇 년 동안 찾아갔지만 뾰족한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마을을 방문했을 때 한 아이를 만났다. 눈을 다쳐 실명의 위기에 처한 여자 아이였다. 병원도 없으니 고칠 생각은 커녕 나아진다는 소망도 없이 자포자기로 살아가는 아이였다. 그래서 그 아이를 고쳐주는 계획이 시작되었다. 눈 다친 이 아이가 한 종족을 구원할 출발점이 되기만을 기대하며….
아이는 라오어를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라오어를 몇마디 더듬거릴 수 있는 오빠가 동행을 했고, 수술비도 마련이 되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문제들이 생겼다. 생전 처음 도시에 나온 오누이는 대도시에 던져진 야생 동물처럼 문화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가 달리는 것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식당이라는 곳에 그렇게 많은 음식들이 있다는 것도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신기한 것이면서 괴로운 것이었다. 잘 대접한다며 좋은 식당으로 데리고 갔더니 양념이 묻은 음식을 구토하듯이 뱉어 냈다.
음식만이 아니었다. 깨끗한 공기 속에 살다가 공해가 가득한 도시로 나오니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고 소음으로 인해 잠을 설치기도 했다. 도시 어디에도 그들에게 익숙한 환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수술을 받기 전에 안정부터 시켜야 했다. 현지인 사역자 가정에 머물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과 어울리도록 만들어 주었다. 어색했던 관계는 점점 호전되며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과 전문의가 외국 출장 중이라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통보가 왔다. 아이들을 도시로 보내 놓고 걱정하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하고 보내야 하는데 일은 생각보다 지체되고 꼬여만 갔다. 이번 일이 선교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못하면 불신만 주고 모든 것이 허사로 끝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른 병원을 수소문하고 의사들을 찾았지만 작고 열악한 이 나라에서 아이를 수술할 장비도 없을 뿐더러 의사는 더더욱 없었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기도하는 중에 주님은 이미 선교의 문을 열어 놓으셨다는 생각을 자꾸 주셨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사람들이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복음을 듣고 가서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이 아이들에게 기회였던 것이다.

‘복음’을 들려주다
사역자 가족과 이 말씀을 나누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는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들은 성경 스토리들을 마냥 재미있어 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이웃나라에서 제작한 ‘예수’ 영화도 보여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어느 날 예수님을 만나는 기도를 했다. 생전 처음으로 기도를 한 것이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못했고 말해주지 못했던 것을 기다리는 이 시간에 진심을 다해 주님께 드렸다. 아이는 육체의 눈이 뜨기 전에 영의 눈이 띄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선교의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 아니라 선교사가 되어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들이 돌아가 전해 줄 복음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주님께로 돌아올지…. 먼훗날 이 종족의 선교 역사를 누군가 쓴다면 이 아이들의 이 날 이 사건을 기록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들이 첫 불씨가 되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들은 천국에서 얼마나 감격할지…. 그런 생각에 미치자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개척선교팀 책임자이다. 죽음을 무릎쓰고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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