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는 거의 모든 생애를 혼자 살아왔다. 어려서부터 일해야만 살 수 있음을 알았고, 누구를 기대거나 마음껏 믿어선 안 되는 것도 스스로 터득해왔다.
뒤에서 도와준 양부모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면서도 실망시키게 될까 늘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있고, 나이 들어서는 받은 은혜대로 어려운 아이를 수양딸 삼아 도와줬지만 결혼하고서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게 됨을 보며 서운한 마음이 남아있다. “아, 내 인생은 이런 건가 보다” 여기며 꿋꿋이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환갑이 되며 주변을 둘러보니 인생의 이런저런 굴곡을 지내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이 외로움과 박탈감, 공허감에 애쓰고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런 삶에 익숙한 S씨는 그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평생 다니던 직장을 퇴직해 여유로워진 그는 혼자 사는데 중요한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라며 건강을 위해 맛있는 밥상을 차려 먹자는 등 어려운 이들을 격려하고 싶었다. 어떻게 그들을 만날까.
그 즈음, 옛 직장 동료에게 연락이 와 함께 교회에 나가자고 했다. 그전에도 몇 번인가 이런 말을 했지만 내키지 않다며 거절해 왔는데 이제 시간도 많으니 꼭 가자는 것이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걱정이 앞서 “그냥 이렇게 살다 가야지”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떨지….

처음 접한 교회 분위기
막상 교회에 와보니 따라 할 수 없는 노래와 성경 찾기, 긴 기도, 상냥한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나름 눈치 빠르고 금방 따라잡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갑자기 너무 많은 숙제가 맡겨진 느낌이었다. “조금 젊을 때 왔으면 좋았을걸…”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공부를 잘 따라가기 위해 집도 교회 근처로 옮겼다. 구역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니 집에 사람이 드나들게 되고 그러다보니 대청소도 하고 먹을 것을 사다 나르게 되었다. 절약 정신으로 새어나가는 돈 없이 알뜰하게 살아왔지만 이렇게 함께 식사도 하며 반겨주는 얼굴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것이었다.

인도한 친구가 고마워
교회에 대해 큰 기대는 안했는데 좋은 마음을 감출 길이 없게 되었다. 얼굴에 웃음이 많아지고 삶에 활기가 생긴 것이다. 신앙도 신앙이지만 마치 새 가정을 이룬 것처럼 소속감이 생겨 눈뜨면 할 일이 생각나곤 하는 것이다. 주일 지나 수요일 예배, 금요일 구역 예배로 이어지니 옆자리 앉는 사람과도 정이 들고 도울 일이 없나 살피게 되는 것이다. 약한 분들의 가방도 들어드리고 크고 작은 심부름도 기꺼이 나선다. 또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찾아가 말동무도 하고 식사도 함께한다.
그러다 보니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재미있고 보람된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S씨는 자신을 교회로 인도한 친구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정말 고마워요. 나에게 가정 같은 교회를 소개해 줘서. 늙어 고부라지는 날까지 이 마음으로 살아갈게요”라며 반지를 선물했다.

노인 그룹의 막내 역할
몸이 가볍고 동작이 빠른 S씨는 요즘 70대 그룹에서 막내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모임의 기금 마련을 위해 물품도 팔고 명절엔 송편을 빚어 팔기도 한다. 또 자신보다 나중에 교회에 나온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도 하며 스스로 만족스러워 한다.
“많이 변했지요. 이렇게 마음을 여니 따스한 정이 오고 가네요.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깨달은 게 감사할 뿐입니다.”
S씨의 얼굴이 수줍은 웃음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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