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온 ‘한스’ 이야기
한스는 독일의 유서 깊은 신앙공동체에 계신 분인데 작년 봄 한국에 오셔서 1년간 한국의 신앙 공동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계십니다. 올해 일흔 살이 되시는 한스 할아버지는 인생을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의 전부라오!”라고 정의하십니다. 그리고 그 고백대로 매순간을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아내십니다. 정직과 성실을 가장 위대한 종교라고 여기실 만큼 삶으로 사랑을 증명해 내고 계십니다. 저는 그런 한스 할아버지에게 “철든 아이”라는 별명을 지어 드렸습니다. 사랑 없으면 철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사랑 있으면 철든 아이가 되어간다는 말 때문입니다. 가끔 제가 순례공연을 떠날 때 한스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기도 했고, 멀리 장기간 선교일정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식사 때 한스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한국에 와서 생활 해 보니 안타까운 게 하나 있어요. 한국에, 마을에, 골목에 통일 노래가 들리지 않네요. 독일 사람들은 크리스천이나 비크리스천이나 할 것 없이 한국의 남과 북이 통일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원하며 염원하는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통일에 대한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고…. 심지어 청소년들은 오히려 통일을 꺼려하고 있으니 한국의 기독교는 무엇을 중요시하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통일 노래를 부르게 되다
그 얘길 듣고 저는 한국인으로서, 한국 신앙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 제 공연에 달라진 게 하나 생겼습니다. 가능한 한 통일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연 때 마다 한스가 들려준 이야기를 나누고 통일 노래를 부르는 시간만큼 통일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겨 보자고 합니다. 잠시 통일 노래를 부르는 동안 우리들 옆에서 굶주린 북한의 아이들을 생각해 보자고, 잠시 통일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어긋난 사상에 인질과 노예가 되어 버린 우리의 피붙이 형제들을 생각해 보자고, 잠시 통일 노래를 부르는 동안 통일을 위해 기원하고 기도하고 염원해 보자고, 많이도 길게도 말고 그렇게 잠시 통일을 생각해 보자고. 작은 꽃이 먼저 피고 작은 새가 먼저 노래하는 것처럼 작은 우리들의 가슴에 위대한 꿈을 가지고 그렇게 처해진 곳에서 먼저 피어나고 먼저 노래해 보자고.
복수초가 겨울의 시샘을 과감히 뚫고 가슴과 영혼으로부터의 봄을 먼저 여는 것처럼, 어린 소나무가 어느 좋은 날을 기다리지 않고 언제고 푸른 정신으로 한결같이 서있는 것처럼 우리의 작은 노래가 작은 향기와 정직과 성실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또 모이고 모이면 어느 순간 그분이 꿈꾸시는 하나님 나라가 가난한 자들의 가슴에 꽃처럼, 열린 봄처럼 희망으로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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