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색채는 함께 해온 세월 속에서 한 겹씩 덧칠되어 저마다 독특한 중간색을 내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고집스런 남편과 지혜로운 아내 이야기를 하려 한다.
M씨는 강하고 직선적이어서 말이나 행동이 거칠어 보이는 사람이다. 단순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 이면을 두고 말을 돌리는 일은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남에게 충격도 주고 본인도 손해를 곧잘 보게 된다. 그래서 이럴 때마다 그 뒷감당을 해야 하는 건 온전히 아내 몫이다.
그 아내의 별명은 ‘아비가일’이다. 짐작하는 대로 그 아내는 아비가일처럼 말과 행동이 부드럽고 정직해 자신 뿐 아니라 이런 남편까지 사회생활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 걸까?
아내는 남편이 중요시 하는 풍성한 식사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을 맞아 주는 일을 잘 맞추어 하고 있었다. 육체노동으로 남들보다 많은 열량이 필요한 남편에게 연민을 갖고 대해주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맘껏 격려하곤 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한 마음으로 이렇게 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상 속에서 사진이나 그림을 곁들인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과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M씨의 아내는 말한다. 그녀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글과 함께 아들에게 마음을 담아 쓰는 편지, 미래의 자부에게 좋은 글이나 자료를 주려고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저장도 하고 스크랩북도 만들고. 그러다 보면 경제활동을 담당해주는 남편에 대해 고마움과 따스한 마음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부르면 거의 반사적으로 달려가게 되는데 주로 노인이나 환자를 위로하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다녀오면 가족과 남편이 더 귀하게 여겨진다고….

지혜로운 내조자 역할
한 번은 남편이 사람들과 문제가 생겨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하게 되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아내는 “제 남편은 성질이 급하고 말을 직선적으로 해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라고 전제를 해서 듣는 이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이어 “그러나 제 남편은 거짓을 말하거나 앞뒤에서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좀 모자라는 점이 있지만 이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이런 아내의 곧고 바른 자세는 문제를 곧 사그라지게 했다. 남편에 대한 객관적인 진술과 문제에 대한 차분한 접근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 바로 ‘아비가일’이었다.
아비가일은 남편 나발이 연루된 미련한 사건에 대해 낙심하거나 우물거리지 않고 용기 있게 다윗에게 나아가 스스로 일을 처리했던 인물이었다. 먼저 다윗의 화가 가라앉도록 자신과 남편을 겸손하게 낮추며 문제를 풀었던 모습, M의 아내에게서 그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저는 주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어요. 제 힘으로 살려고 했다면 제 남편을 이만큼 다독여 지금처럼 살 수 없었을 거예요. 다혈질의 강한 기질을 바꿀 수 없어 좀 순하게 다스릴 힘을 갖기 위해 옆에서 기도하며 돕는 것뿐이지요.”


남편의 내조자로서의 지혜로운 역할 뿐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적절하게 나누는 M의 아내는 저녁 노을빛과 같이 은은한 부부로 늙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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