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지렁이는 그만 새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지렁이가 눈을 떠 보니, 웬일입니까, 천국이었습니다.
‘어! 내가 왜, 천국에 와 있지? 난 그저, 땅 파고 다니며 먹고 싼 것 밖에 없는데?’
하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지렁이야! 네가 열심히 땅 파고 돌아다녀서 땅이 숨을 쉬고 살았단다. 지렁이야! 너는 너를 위해 온전히 살았고, 세상을 위해 온전히 살았단다. 그러니 네가 천국에 온 것이지.”

콘서트에서 만난 할머니
어느 교회에서 콘서트 도중 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자 한 할머니께서 제게 오시더니 손을 잡아주시며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젊은이… 고마워…. 나도 그 지렁이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구먼! 고맙네….”
할머니는 최근에 교회를 다니게 되시면서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지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위해 한 일이 없는데 이제와 여든이 넘은 나이에 예수를 믿고 보니 전도도 해야 하고 봉사도 해야 하는데 기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몸에 구속되니 예수 믿기 전이나 예수 믿은 후나 하나님을 위해 일을 못하는 건 피차일반이라 마음이 무거웠던 것입니다.
지렁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할머니를 보며 젊은이들은 잘 모를 수 있는 ‘교회 속 은혜의 변방’이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교회 집회를 갈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노래도 몇 곡 하게 되었습니다. 젋은이들의 노래로 소외되지 않으시도록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를 아름답게 사용하시길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사람에게 던져 주시고 바꿀 수 있는 만큼 살아보라고 하신 것은 아니었을까요. 사람을 믿으셨을까, 사람을 만든 자신을 믿으셨을까…. 인생의 끄트막에 예수님을 알게 되신 분들. 그러나 기력이 없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 하나 답을 알고 싶어 답답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하나님께서 한 인생, 우리가 모르는 우리를 아름답게 사용하시기를 그저 소박한 마음으로 바랄 뿐입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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