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으로 분류되어 엄숙한 법정 판사 앞에 고개 숙이고 떨며 앉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연속 절도를 저지른 소녀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렴.”
소녀는 예상 밖의 판사님 주문에 쭈뼛쭈뼛 일어났습니다.
판사님의 예상 밖 주문이 이어졌습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판사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소녀는 조그만 목소리로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습니다. 판사님은 “내 말을 크게 따라 하라”고 다시 주문했습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큰 목소리로 따라 하던 소녀는,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눈물범벅입니다. 법정에 있던 소녀의 어머니도 함께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참여관과 실무관 등 그 자리에 있던 법원 관계자 모두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판사님은 그 소녀에게 ‘불(不) 처분’을 내렸습니다. 판사님이 내린 처분은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 남학생 여러 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뒤틀어진 속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딸이 당한 사고에 충격 받은 엄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었습니다. 절망의 고통에 시달리던 소녀의 학교생활이 온전할 리 없었겠지요. 겉돌았고, 학교밖에 겉도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던 겁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정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삶이 망가진 이유와 과정을 알고나면 누가 이 아이에게 ‘가해자’라고 쉽게 말하겠습니까?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판사님은 눈물범벅의 소녀를 법대 앞으로 불러 세웠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 자신이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소녀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사이에 법대가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3년 전, 서초동 법원청사 소년법정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김귀옥 판사님의 명재판이 한 소녀를 회복시켰습니다. 그때 김귀옥 판사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범죄 저지른 아이들도 피해자입니다.”
집 떠난 아이들에게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 아이들 숫자만큼 많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듬어 세우는 ‘위드 프랜즈’ 사역에 힘을 보탭시다! 우리도 십자가의 예수님 덕분에 ‘不 처분’ 받은 죄인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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