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공동체 ‘일곱색깔 찬양단’ 거리 찬양
사람들 왕왕 지나는 예닐곱 걸음 뒤에, 조금은 동떨어진 한 자리에 마치 흑백 TV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자들이 기타를 둘러매고 노래를 부릅니다. 한 남자는 함박 웃음 얼굴로 봉고를 두들기고요, 들려오는 노래 소리를 듣자니 예수님을 믿으라는 노래입니다. 천연컬러의 현수막에는 ‘참된 행복은 예수님 안에. 무지개 공동체. 일곱 색깔 찬양단’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눈물이 핑 도는 광경입니다. 무지개공동체는 길바닥에 내몰린 이들과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던 이들, 삶을 포기했던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활 공동체로,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과 사회에서 한참 밀려나 정처 없이 헤매며 방황하던 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공동체에서 새롭게 살 힘을 얻고, 마치 아기 새가 자라나 작은 날개 짓을 하듯 이제 이 남자들의 영혼에 돋아난 희망의 날개가 근질근질해 가만있질 못하는 것입니다.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절망의 나날들,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젠 어느 좋은 봄날을 기다리기보다 모든 계절에 희망을 주는 것이 아름답겠다는 움직임이겠지요.

거리 찬양, 중요한 것은 ‘그 중심’
유명한 이들이 초청 받고 예우 받으며 사역을 하는 요즘 세상에 이 남자들은 어디에도 갈 곳이 없습니다. 방황하며 알게 된 익숙한 곳. 길거리가 만만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거리 공연을 펼치려고 지하철 당국 담당자에게 얼마나 매달려서 허락을 받아냈는지 모릅니다.
이 남자들에게서 천국의 비밀 같은 아름다운 역설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세상에서 밀려나 정처 없이 방황하던 이들을 통해, 주의 나라에서 밀려나게 된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가난한 손짓을 하고 계십니다. 높은 마음과 얄팍한 마음으로는 볼 수 없는 손짓이십니다.
이 남자들이 노래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뭐야, 지금이 어느 시댄데?” “햐~” 어떤 이는 이 짧은 감탄사로 고개를 젓습니다. 그 하기 쉬운 소리들 너머로 떠오르는 말이 있었습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실린 글입니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하는 말입니다.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거리 찬양에 대한 이견들이 많지만 중요한 건 그 중심이겠지요. 언젠가 어느 책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영혼 구원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영혼 구원은 하나님의 목표이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님께 순종이다’라구요. 하나님의 지혜를 우리가 다 알 수 없지요. 때로 ‘쓰리 쿠션’으로 일을 하시는 하나님을 봅니다. 어느 날 하나님이 우리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언저리 바위 위에 올라가 가만히 서 있으라고 하신다면 우리는 그 음성에 순종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어리석다고 쉬운 말로 정죄한다 할지라도 말이지요. 저는 이 남자들의 투박한 복음의 노래 너머로 하나님의 다른 계획이 있음을 눈여겨봅니다. 강민수 시인의 “바보가 되면”이라는 시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내가 바보가 되면 / 약삭빠른 친구는 다 떠난다 / 도움 받을 가치가 없다고 // 내가 바보가 되면 / 정말 바보는 다 떠나고 / 진정한 친구만 남는다.

찬양을 듣는 여러 사람들
한 청년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이들의 이목을 무시한 채 이 남자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몇 몇 사람들은 지나다가 오히려 그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청년은 폰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습니다.
한 편에서는 무지개 공동체 전도사님이 무슨 카드를 사람들에게 한 장씩 정성스럽게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 카드는 전날 밤에 공동체 형제들이 직접 친필로 쓴 메시지였습니다. 전도사님께 간밤에 몇 장을 쓰셨냐고 했었더니 100장을 쓰셨다고 했습니다. 한 장 한 장 쓰시면서 기도하셨겠죠. 하나님의 마음 조각 같은 전도 카드였습니다. 그날 하나님은 하나님의 방식으로 가장 멋진 방법으로 당신의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때 이 남자들의 찬양에 환호를 하며 혼잣말로 아멘! 하는 한 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은 찬양이 끝날 때마다 천원짜리 한 장을 전도사님께 감사헌금처럼 내놓았습니다. 다음 곡이 끝나니 이번에는 동전 몇 개. 그러다 또 다음 곡이 끝났을 때 이번에는 만원권을 내어 놓았습니다.
한 시간 반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나가고 거리 찬양이 끝이 났습니다. 그 때 그 돈을 건네셨던 분이 그 자리에 서서 앙코르를 외치셨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저 분 속에서 예수님께서 흐뭇한 미소로 앙코르를 요청하시는 건 아닌가 하는 상쾌한 생각에 코끝이 찡해왔습니다. 저는 달려가서 그분이 원하시는 앙코르 곡을 들려주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이 지하철역 광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내게 강 같은 평화 넘치네. 내게 샘솟는 기쁨 넘치네, 내게 바다 같은 사랑 넘치네.”

가장 낮은 노래
앙코르까지 끝낸 남자들의 거리 찬양. 수고했다며 악수를 건넨 제 손의 따뜻함이 너무도 아프게 부끄러웠습니다. 그 남자들의 손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하나님의 표정은 어떠실까. 이 남자들의 가난하고 낮은 노래 앞에 낮아진 깊이로 높이가 재어지는 하늘의 자를 마음속으로 떠올려 봅니다.
이 남자들과 저는 사실 한 해 동안 이 날을 준비하며 매 주 한 번씩 레슨을 하며 연습을 해 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 잠시나마 이 남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뒹굴던 이 분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큰 메시지를 던져 주시기를요.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