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은 상하이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하와이서 외국인 영어 교육을 꽤 오래 해왔다.
그러다보니 착하고 예의바른 아가씨가 노처녀가 된 것이다. 부모님은 어느새 40줄에 앉은 딸을 보며 알게 모르게 한숨을 짓고 있었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 속에서 걸 맞는 남자를 찾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며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있었다.


A씨-하와이 대학 강사로 문화가 맞음
B씨-의료 종사자로 부모님끼리 알 만한 사이
C씨-같이 공부하는 사람이라며 한 번 데리고 온 적이 있다


부모님은 A씨가 실생활에서 딸과 잘 맞지 않을까 여겨 소개받은 후 적극 밀고 있었다. 그런데 딸은 감정을 내보이지 않으며 “왠지 마음이 안 간다”고 했다. 좋아 보이는데…. B씨도 한번 보더니 부담스럽다고 했다.
세월은 그러면서도 흘러 해를 넘기고 있었다.
“어떻게 할 작정이냐?”
“날마다 공부만 할 수도 없고…”
경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방학에 만나보고 올 사람이 있어요.”
“누구?”
“지난번에 보신 적이 있는 친구요.”
“일본 사람? 동생이라고 하지 않았어?”
“네. 지난번에 보시고 반응이 없어서 포기하라고 하고, 저도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다시 연락이 됐어요.”
“그때 왔을 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었어? 어려 보이던 그 일본애가? 일본 사람은 우리랑 안 맞을 텐데.”
“저도 엄마 아버지가 안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포기하려 했는데 지워지지가 않네요.”
“그래?”

결국 경인이 C씨를 만나고 와 결혼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여전히 주변을 의식하며 조용히 결혼을 준비했다. 외국남자, 그것도 연하라니…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결혼식 날, 하객들은 노처녀의 짝꿍에 호기심이 만발했다. 외국인인데 어느 나라 사람인가(C씨는 일본인이지만 미국 시민이라 영어식 이름이었다). 드디어 경인보다 몇 살 어린 C씨가 수줍은 미소년의 얼굴로 생글거리며 나타났고, 신랑의 부모는 고상한 영어로 인사하며 멋지게 등장했다.
아, 경인이는 복 받았네. 저렇게 순수해 보이는 신랑, 예의 바르고 우아한 시어머니, 열린 자세로 친절하게 인사하는 시아버지, 게다가 그 가정은 일본인으로 드물게 기독교 신앙을 가진 분들이라니….
누군가 두 분에게 물었다.
“아들 내외가 어디서 살길 바라세요?”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현재는 아들 직장이 일본에 있으니 거기 살겠지만, 한국에 있게 되어도 좋고 하와이에 온다면 그것도 환영합니다.”


잠깐 생각해 보자. 우리가 그분들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외아들이 연상의 외국인과 결혼한다면 이만큼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경인 부모는 2년 전 그 친구를 보았을 때,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으로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아닌가. 그날 이후 지인들은 말했다.
“반대는 그쪽에서 할 뻔 했어요. 신랑 부모님이 흔쾌하게 받아준 것에 감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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