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리스도인은 청지기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청지기는 어떤 것을 소유하는 주인이 아니라 주인이 맡겨준 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선한 청지기는 주인의 뜻을 헤아리면서 자신의 유익이 아니라 주인을 위해서 주인이 맡겨준 것을 보존하며 관리하는 종이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청지기들이다. 우리의 자녀들도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들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 세계의 선한 청지기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천과 땅을 오염시키지 아니하고 보존하며, 깨끗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강과 땅의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환경의 위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또한 각종 식물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식물의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의 동산인 에덴의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또한 산과 사막과 바다와 평원의 아름다움을 마음의 눈으로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종의 멸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보호하는 일, 그 자체가 창조주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의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 우리 앞에는 수많은 환경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대의 위기는 곧 환경의 위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대의 환경 문제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책임 있는 청지기적 행동을 요청하고 있다. 부모나 교사들은 우리의 언약의 자녀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적극 실천하게 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오존층을 파괴하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왜냐하면 창조 세계는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우리 인간들이 책임 맡고 있는 영역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지기적 의식과 책임 곧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살피는 일은 하천과 땅과 식물과 동물의 경계를 훨씬 넘어서까지 확장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우리 자신들도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청지기적 활동의 대상에는 자연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의 생명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생명을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알고 귀중히 여기는 생명의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스스로 생명을 끊는 행위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선한 청지기적 역할을 거부하는 행위이며, 하나님 앞에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죄악이다. 스스로 생명을 끊는 일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미화될 수 없는 죄악임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잘 가르쳐 주어야 한다.

‘상상력의 윤리적 책무성’
청지기적 책임은 또한 보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해 뜨는 곳에서부터 해 지는 곳까지, 그리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모든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산이나 강들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의 음악과 렘브란트의 미술도 포함되어 있다. 청지기적 책임에는 돌고래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의 고귀한 생명과 이웃의 생명, 우리의 상상력과 다양한 재능, 그리고 아름다운 우정 관계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상상력을 함부로 사용하여 형제 자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악된 행위이다. 우리 모두는 상상력의 윤리적 책무성과 청지기적 의식을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소박한 일은 새로운 도시 즉, 새 예루살렘에서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는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도 포함하고 있다. 비록 창조 세계가 죄로 말미암아 오염되었다 할지라도, 우리가 청지기적 책임을 수행하도록 부여받은 영역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을 위해서 지음 받았다. 이 놀랍고도 영광스러운 청지기적 과업은 자연, 그리고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가 되고자 하는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실현해 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김성수
고신대 총장이며 기독교교육학 박사인 그는 인간을 존중하는 기독교 교육풍토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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