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릴레이 ⑪ 박은주 집사님께

3년 전 어느 날이 떠올랐다. 정성윤 전도사님이랑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던 중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로 내려오게 되었고, 학교와 함께 하는 원천침례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주일예배를 끝내고 나오는 어느 주일날 나에게 박은주 집사님이 물었다.
“집사님, 성악 전공하셨죠? 우리 교회 전공자 중창팀 ‘예뜰’이 있는데 같이 하시는 거 어때요?”
눈에 띄는 걸 지독히 싫어해서 시댁 교회 처음 나갈 때도 성가대 안하는 조건을 걸던 내가 무슨 맘으로 긍정적인 대답을 한 건지… ㅠㅠ
박은주 집사님은 모테트 합창단 단원으로 예쁜 세 딸과 믿음 좋은 남편을 둔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현숙한 아내이자, 지혜로운 엄마로 평소 눈여겨보던 분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 남편이 임파선암 선고를 받아서 교회 전체가 기도하던 터라 여러모로 맘이 가는 분이었다.
그러나 당장 그 주부터 함께 한 중창팀 ‘예뜰’은 예상과는 달리 좀 실망스러운 ‘아줌마들의 모임’이었다. 리더 박은주 집사님께서 남편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시느라 연습에 나오지 못하고 단원들의 겉도는 대화만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한 두 달 만에 단원들 사이에서 예뜰을 해체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박 집사님을 포함해서 예뜰 마지막 식사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식사자리에 나온 박 집사님께서 A4용지를 꺼내며, “어젯밤 예뜰을 그만 한다고 생각하고 기도하던 중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순간 떠오르는 걸 프로그램으로 짜봤어요. 마지막으로 예뜰 연주회 한 번만 하고 그만 하는 건 어때요?”하셨다.
예뜰 단원들은 그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연주회를 준비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러나 연습이 시작되자 얼마나 삐걱대고 맘이 맞지 않던지…우리에게 필요한건 연습이 아니라 기도로 무장하는 것이 먼저겠다며 연습 전후, 또 날을 정해 릴레이 금식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누구 차례라고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연습 중에, 기도 중에, 노래 중에, 대화 중에 한 주에 정확히 한 명씩 울면서 아픔을 쏟아내놓기 시작했다. 갖가지의 아픔들을 내어놓고 같이 울고, 위로하고, 기도하고… 찬양 받으시기 전에 먼저 주님이 만지시고 치유하시는 손길이 느껴졌다. 처음 본 그 모습들이 아니었다. 만나고 마음을 다 잡은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완전 끈끈한 그 무언가로 다들 묶여 있었다.
우리의 연주 슬로건은 오로지 ‘한 명!’이었다. 우리의 연주를 통해 주님께로 되돌아올 그 한 명, 주님을 만날 한 명, 죽겠다는 생각에서 살아날 그 한 명. 많은 사람 생각 말고 누군지 모르지만 그 한 명을 위해 찬양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낮고 두려운 마음으로 기도로 준비된 12월 연주회는 누구 하나 튀지 않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여태껏 경험치 못한 충만함 가운데 은혜롭게 잘 마쳤다.
마지막이라던 예뜰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부르시는 곳이면 어디든 갔고 연주 후 계속되는 박 집사님 남편을 위한 중보기도와 병원 생활에 함께하였다.
“주님!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죠?? 꼭 기도 들어주셔야 해요. 정 집사님만 살려주시면…” 수많은 서원 기도들도 거침없이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정 집사님을 하늘로 데려가셨다.
그러나 기도 들어주시지 않으면 마치 하나님을 버릴 것처럼 기도하던 나에게 승리하면서 하늘로 당당히 가는 정 집사님을 보게 하시며, 이게 끝이 아니라는 ‘하늘소망’을 주셨다. 남편 죽은 후 어떻게 찬양할 수가 있겠냐며 예뜰을 잠정적으로 쉰다던 박은주 집사님에게는 다시금 기쁨의 성령님을 보내주셔서 내면의 밝은 빛으로 쉼 없이 찬양하게 하셨다.
정 집사님이 돌아가신지 1년이 지나 올해 추수감사절에 박은주 집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 아무것도 감사할 것 없어 보이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모든 것이 다 감사하다. 남편이 옆에 없어 너무 보고 싶고, 서운하고 애들이 아빠가 없어 안됐고. 그렇지만 뭐 이런 상황이랑 별개로 다 감사하다.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내가 사는 게 아닌 것 같아. ^^”
은혜 아니면 설 수 없다는 말을 요즘 너무 공감한다. 주님이 이 가정에 어떤 일을 하실지 기대된다. 박은주 집사님의 말처럼 지금 누군가 박 집사님과 그의 가족을 통해 위로받고 하나님을 만나고 다시 살아날 힘을 얻으리라. 누구보다도 박 집사님을 내 삶에 보내주신 하나님께 가장 감사하다.
수원에 내려올 때 무조건 아이처럼 떼쓰는 기도에서 시작하여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뢸 수 있도록 성숙시키심을 감사한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


박여정 집사(원천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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