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2부 새벽기도를 마치고 장로님 몇 분과 함께 전남 진도로 출발했습니다. 4시간 반을 달려 드디어 진도의 어느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예배당을 신축하고 싶어하는 가난한 섬 교회의 형편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방문이고 장로님들은 첫 방문 길이었습니다.
예배당을 신축하여, 40년 전에 지어진 현재의 예배당은 노인들을 위한 시설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섬 사정을 아는 목사님과 사모님이 그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돌봐 드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혼자 계신 어르신들이 약을 잡숫고도 또 잡숫고, 또 잊고 다시 잡수셔서 사고도 일어나는 형편이니 목회자에게 이런 관심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중학생이 두 명 있는데 자기들의 문화 공간도 만들어달라는 소박한 요구도 했다고 합니다. 컴퓨터라도 한 대 놓아주어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책도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겠지요. 우리 도시인들에게는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그런 공간 말입니다.
그렇게 예배당을 꾸미고 싶은 작은 소망을 토해내는 까맣게 그을린, 그리고 유난히 작은 키의 목사님 눈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교회에서 준비해 준 신선하고 맛있는 점심을 고맙고 즐겁게 먹긴 했지만 마음의 부담은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40평 신축에 1억 2천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한데 지금 3천만 원 정도 확보되었답니다. 그 교회 형편으로는 건물 지을 엄두도 못내는데 누군가가 건축헌금을 조금 드린 것이 시작이었답니다.
이런 교회의 형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농어촌 교회 지원에 남다른 힘을 쏟는 교회이고 저 역시 그런 목회자이지만,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이나 또 안쓰러움이 여전합니다. 그러면서 제게 아직 이런 감정이 남아있음이 감사했습니다.
가슴 아픈 것은, 도시교회는 몇 백억 또는 몇 천억 원의 예배당을 지으려고 하고 또 그렇게 짓는 동안 농어촌에서는 1억 남짓 건축 예산도 자체 힘으로는 생각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동네 구멍가게의 상생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한국 사회는 과연 건강한가에 의문을 던져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한국 교회는 건강한가를 더 심각하게 물어야 합니다.
우린 과연 ‘동행’하고 있는지, 아니 동행할 의사라도 있는 것인지 가슴을 치며 물어야 합니다.
‘능력이 없으니 그렇게 목회하는 거야’ 라고 말한다면 그건 분명 죄입니다. 그 목회 현장은 도시의 어떤 자리와 비교해도 가치가 덜한 자리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특별한 사명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일 뿐입니다. 도시의 대단한 목회를 하는 목회자도 그 자리에 가면 어떤 능력도 발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단순하게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리에서, 나와 다른 자리에 있는 약하고 힘없는 교회와 동행할 생각이 우리에게 도대체 있기나 한 것인지 고민하곤 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더 험했습니다. 약 1시간 더 걸려 아침 일곱 시에 출발한 우리 일행은 저녁 일곱 시가 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차량의 증가로 고속도로가 막혀 지루하게 느껴지는 차 안에서 우린 서로 동행할 길이 막힌 한국 교회가 더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농어촌 교회가 가고 싶고, 또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힘들어 보여 안쓰러웠습니다. 손잡아 주고 밀어주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충만한데 현실 속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숙제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길이 좀 밀린다고 지루해 하는 나는, 힘들어 지친 교회와 동행하기엔 아직도 벅찬 사람인 모양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이 6년 동안 선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얼마나 큰일을 했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교회와 건강한 동행을 추구했으며, 어렵고 힘든 우리 이웃과 동행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 더 많은 힘을 이런 동행에 쏟아주길 부탁드립니다.
재벌과 재벌, 정계와 학계에 인맥을 연결하며 나름대로의 클래스와 소사이어티를 유지하는 경향이 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교회마저도 그런 자기들 수준에 맞는 교회끼리 동행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도무지 수준이 맞지 않는 자들과 동행했습니다. 제자들 그룹이 그랬고, 손가락질 당하고 죄인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 곁에 함께 하시며 동행의 발걸음을 보여주셨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김관선
주기철 목사, 조만식 장로, 장기려 박사 등을 배출한 역사 깊은 산정현교회 담임목사. CBS TV ‘산정현 강단’을 맡고 있으며, 다양한 신문과 매체에 칼럼을 쓰고 있다. ‘진정성’으로 목회하며 ‘교회의 본질’ 지키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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