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기자가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를 찾아가 물었다.
“세계의 모든 책이 불타도 남아 있어야 할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이라 생각합니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성경의 욥기라고 생각합니다. 욥은 가난해도, 병들어도, 자식을 잃어버려도, 아내가 배반해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욥은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동방의 의인이었다. 그는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악을 가까이하지 않은 경건한 인물이었다. 하나님은 의로운 욥을 재물로 축복하셨다.
“…양이 7천이요 약대가 3천이요 소가 5백 겨리요 암나귀가 5백이며 종도 많이 있었으니”(욥 1:3).

이유 없이 닥친 불행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삶 속에 까닭 없이 엄청난 재앙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그 많던 재산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열 명의 자녀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게다가 욥은 자신의 건강마저 잃게 되었고, 친구들에게도 조롱과 비웃음을 당하였고, 마지막으로 믿었던 아내마저도 하나님을 욕하며 죽어버리라고 저주하고 구박했다.
그렇지만 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인내하였으며, 자신의 신앙을 굳게 지켰다. 그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리는 비극을 당하고도 오히려 하나님을 찬송하며 감사드렸다.
“…땅에 엎드려 경배하며 가로되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 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0~22).
욥은 모든 것을 잃어버렸어도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재물, 자녀, 건강, 친구, 아내마저 등을 돌린 것이 그의 순전하고 정직한 신앙을 뒤흔들지는 못했다. 그는 오히려 ‘본래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제로(zero, 0) 상태에서 태어났으니 다시 그 원점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면 된다’는 ‘제로 감사’를 드렸다.
사탄은 하나님과 변론하기를, 욥의 좋은 신앙은 하나님이 주신 좋은 조건 때문이기에 모든 축복을 거두어 가면 그의 신앙도 다른 사람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욥의 신앙은 조건적인 신앙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신앙이라고 하시며 그의 신앙의 순수함을 거듭 자랑하셨다. 결국 사탄은 욥을 시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그에게서 다 빼앗아가 버렸지만,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욥의 신앙은 조건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하고 감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연하게 입증한 셈이었다.

무조건적인 감사
진정한 감사는 무조건적인 감사이다. 무조건적인 감사는 욥처럼 제로의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고는 가능할 수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고백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제로에서 감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제로에서 인생을 출발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누리는 현재의 모든 것이 내 능력, 내 수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제로 감사를 드릴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제로 감사를 드릴 수 있을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린 자식이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가 과연 감사할 수 있을까?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아내가 암으로 고통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연 그 입에서 감사가 나올 수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장애로 고통 받는 아이를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면서 혹시 정상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결국 평생 장애아로 살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 과연 부모의 입에서 감사의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력서를 수십 통씩 써 가지고 다니면서 취직을 해 보려고 하지만 면접도 제대로 못해 보고 서류심사에서 계속 떨어질 때, 과연 젊은이의 입에서 감사의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사업을 시작해 보지만 생활비는 고사하고 가게 월세도 해결 못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 가게 주인의 입에서 과연 감사의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상황에서 감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제로 감사는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도 감사하는 것이다.

겸손한 마음에서 오는 감사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부부가 아픔을 딛고 교회에 출석해서 하나님께 거액의 감사헌금을 드렸다. 헌금봉투에는 이런 감사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좋은 아들을 20년간 우리 곁에 두심을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영혼을 받아 주심을 감사합니다.”
비록 아들을 잃고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있었지만 부부는 ‘제로 감사’를 드렸다. 이들은 20년씩이나 아들과 함께 쌓은 소중한 추억들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제로 인생을 깨닫는 순간 감사 인생이 시작된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의 마음 상태를 제로로 낮추어야 한다. 행복을 측정하는 마음의 온도계를 제로에 맞춰 놓으면 감사 아닌 것이 없게 된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 생명을 주님께 반납하면, 아침에 생명을 다시 되돌려 받는 기쁨과 감사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제로 감사’는 모든 것이 감사의 조건이다. 옷 한 벌, 밥 한 끼, 신발 한 켤레, 책 한 권, 커피 한 잔, 잠깐의 휴식에도 감사하게 된다. 불평은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위치를 과대하게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이고, ‘제로 감사’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인정하는 가난하고 겸손한 마음이다.

전광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성경이 만든 사람 백화점 왕 워너메이커’ ‘평생 감사’ 등을 쓴 ‘슈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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