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입니다”

쌀쌀해지는 가을 저녁, 성악과 졸업연주회를 보고 왔다. 대학 4년 동안 열심히 배우고 연습한 ‘소리들’을 발표하는 시간, 연주자들의 각각 개성 있는 소리에 힘껏 박수를 보내주었다. 특히나 그들 안에 내 딸아이가 등장하자 가슴이 떨려왔다.
열심히 연주회 곡을 연습하면서도 미리부터 떨린다며 기도를 부탁했었는데, 그날 활짝 웃으며 무대 위에 씩씩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드레스의 나풀거림 속에서 그동안의 일들이 하나의 파노라마 영상처럼 지나갔다.
특히 그 영상 가운데에는 아이의 진로를 놓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가 있다. 지금은 사모님이 되셨고 찬양사역자로, 교수로 활동하고 계시는 박유미 교수이다. 오늘 나는 그 천사를 소개할까 한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인해 딸아이는 학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었다. 분명 음악 쪽으로 재능이 보였으나 가르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이 학원비라도 벌어보자는 각오로 승용차에 옷을 싣고 거리로 나가 파는 노점상을 했다. 힘들지만 참을 수 있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잘되는 것 같더니 IMF가 터졌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동생의 부도까지 막아주느라 이자가 이자를 낳게 되어, 사면초가의 상황이 닥쳐왔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러한 상황이 너무 무거워 힘들다며 울고불고 기도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럴 수 없다…. 그런 나 자신을 직면하고 앞으로는 나만 위해 울지 않고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꿈인 전도사가 되어 남은 삶을 살려고 46세에 신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그러나 그 후 딸아이는 성악을 배우겠다고 떼를 썼다. 당연한 요구가 아닌가. 그러나 그것을 뒷바라지 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신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인터넷에서 찬양 곡을 찾다가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성가대 찬양과 함께 독창을 하는 한 찬양사역자의 찬양. 감동이 되었다. 그의 영성 있는 찬양이 오랜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 그분의 곡들을 찾아서 다시보기 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고 개강하는 첫날, 편입했다는 사람 가운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성악가 박유미 교수였다.
참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고, 지금도 그 일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박유미 교수도 내가 제일 눈에 띠었고 좋았다고 하였다. 그 만남을 통해 딸아이에 대해 상의하게 되었다. 소질이 있나 한 번 테스트 해보자고 하셨고, 그때부터 나의 딸은 성악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 형편으로는 성악을 가르치는 일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는데 우리가 감당할 만큼만의 레슨비를 받고 가르쳐 주셨다.
지금 돌아보니 참 신기하기만 한 일이다. 인생에 고비가 찾아왔을 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큰 복이 되는 것 같다. 이 만남을 통하여 깜깜하고 답답했던 앞길이 풀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박유미 교수는 아이의 소리만 찾아준 것이 아니라 늦은 사춘기를 보낼 때 신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올곧게 잡아주었다. 그것뿐 아니라 아이가 혹여나 배고플까봐 꼭 밥을 챙겨주며 사랑해주셨다.
우리 아이에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준 사랑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것뿐 아니라 엄마의 사역을 도와야 한다고 가족들이 해야 할 일까지 조언하여주기까지 한 그 사랑을 잊지 못한다. 사람이 살면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그렇게 좋은 스승을 딸아이가 만나게 된 것은 정말 큰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가을, 그렇게 좋은 스승을 만난 내 딸은 한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평생 찬양사역을 감당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나아가고 있다. 하나님 안에서 이제 스승과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세세하게 신경써주며 아이를 보살펴 주셨던 멘토인 당신, 감사해요. 고마운 사람, 박 쌤! 아이에겐 멘토이고 내게는 나이를 초월한 친구인, 박 쌤!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천사입니다.”

조윤옥 전도사(생명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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