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사람보다 ‘잉여인간’이 많다고 하는 세상입니다. 하여 기업이, 학교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자 점점 더 일찍부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속력을 내어 똑같은 길을 내달립니다.
“공부도 재능이다. 어떻게 모두가 같은 트랙을 달리라 하나?” 특강이나 수업에서 전 그리 말하지만, 내 아이의 재능만큼은 바로 그 ‘공부’였으면 하고 내심 바라는 모순덩어리 엄마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그러니까요.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지나 인생 초반의 이십여 년을 오로지 똑같은 교과서, 똑같은 교과과정, 똑같은 시험을 반복하며 아이들을 한 줄로 줄 지워 평가하는 세상을 살다보니 부모들의 마음이 다 그러합니다. 종적 줄의 상층부에 있어야 세상이 필요로 하고 쓰임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믿으니…….

‘성령’이 담긴 칠십억 사람들 모두 ‘천재’
하지만 만물에 깃든 성령의 임재를 고백하고 인정하는 신앙인이라면 알 일입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은 하늘이 주신 재능의 원천인 성령을 공유하고 있기에, 실은 모두가 다 천재라는 것을…….
천재(天才), 하늘이 주신 뛰어난 재주라는 뜻이지요. 그게 어찌 꼭 학교 공부 천편일률적인 시험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겠습니까? 중학교가 다 끝나가도록 ‘to 부정사와 동명사’ 용법을 구별하지는 못할지언정, 어떤 공동체에 가도 그 아이만 끼면 어느새 갈등이 멈추고 ‘하하 호호’ 웃음 가득한 화해의 모드가 형성된다면 그 아이는 ‘화목케 하는 재능’을 성령으로부터 부여받은 천재입니다. 한 문장 마치기를 기다리는 일이 힘들 만큼 말을 더듬어 주변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막 해가 진 가을의 깊은 하늘과 이야기를 담은 색색의 단풍을 그려내는 그림 솜씨만큼은 성령으로부터 부여받은 ‘천재’도 있습니다. 유난히 정리를 잘해서 그의 손길이 거친 곳은 백화점 전문 디스플레이어보다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공간창작의 천재’도 있고, 천부적으로 타고난 유머로 인해 아무리 우울한 친구들이나 가족일지라도 그 아이가 입만 떼면 웃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하는 ‘웃음천재’도 있습니다. 이웃의 작은 슬픔이나 고통도 그냥 지나치지 못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같이 아파하는 ‘공감천재’도 있고, 가족에게도 안 나누어주려고 꼭꼭 숨겨놓은 내 몫을 선뜻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싶을 만큼 자선과 기부의 이유를 호소력 있게 설명하는 ‘천재 강사’도 있습니다. 지루한 세계사, 늘 헷갈리는 연도까지도 쏙쏙 머리에 박히게 재미있게 강의해주시는 ‘천재 선생님’도 있고, 수업시간에 몰래 취침하는 것이 제일 달고 맛있는 잠이라고 말하는 우리 반 문제 아이까지도 눈을 반짝이며 듣다가 시인의 꿈을 꿀 정도로 맛깔나게 시낭송을 하시는 ‘천재 국어선생님’도 있어요.
그뿐인가요?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깐깐한 노신사가 한 번 맛보고는 오래전 고향 어머님의 손맛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순두부 만들기의 천재’이신 식당 할머님도 계시고, 꼬박꼬박 졸면서 밥 먹기 싫다고 투정부리는 아이가 어느새 밥공기 두 그릇을 쓱싹 비울 정도로 맛난 꽃게탕을 끓어내시는 ‘천재 요리사 외할머니’도 계십니다. 말하기도 전에 벌써 기분을 헤아려서 살뜰하게 위로하고 보듬는 ‘눈썰미 천재’도 있고, 스르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예쁜 목소리를 가져서 그 친구와 전화를 하면 아무리 속상한 일도 금세 풀어지게 만드는 천부적 재주를 하늘로부터 받은 이도 있습니다. 더 말해 볼까요? 그동안 제가 만났던 천재들을요. 천재가 하늘이 주신 재능을 뜻하는 것이라면 실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칠십 억 모두가 다 천재입니다. 하나님의 성령이 그 안에 담겨 있으니까요.

존재방식으로 본 다섯 종류의 ‘천재들’
모두가 천재이지만, 그 존재방식으로 볼 때 이 세상의 천재들은 다섯 종류이지 싶습니다.
먼저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깨달아 이를 자신의 삶 가운데서 성실하게 이루어가는 ‘성실한 천재들’입니다. 그가 신앙인이라면 자신의 천재성으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귀한 일에 크고 작게 참여함으로 기쁨을 얻는 사람들이겠죠.
둘째로, 자신이 가진 천부적 재능을 깨닫기는 했는데, 해서 잘 개발하기도 했는데 정작 이를 주신 분이신 하나님을 잊거나 부인하는 천재들입니다. 이들의 천재성은 자주 자기 확장을 위한 이기심의 도구로 오용되기도 하죠. 이런 이들 때문에 세상이 더 힘들어지고 악해지는 것 같습니다.
셋째로 하나님이 주신 천재성을 알기는 하는데, 게을러서 두려워서 개발하지 못한 ‘잠재적 천재들’입니다. 교육자이다 보니 제일 안타까운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잠재성이 현 실태가 되도록 자극하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넷째로 자신이 천부적 재능을 보이는 부분을 알겠는데, 그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도 알겠는데,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도저히 그 천부적 재능을 개발시킬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안타까운 천재들입니다. 바이올린을 잘 켜는 소년 가장, 나비가 나는 듯 발레에 천부적 재능을 보이는 조손가정의 아이는 그들의 천재성이 만개하도록 뒷받침을 해줄 외부적 여건이 절실하니까요. 누군가 이 재능을 알아보아주고 적절한 여건으로 인도해주는 ‘복지 프로그램 개발의 천재’가 도왔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의 천재들은 자신이 천재인줄 모르는, 그래서 스스로를 잉여라 부르고 불필요하다 쓸모없다 비하하는 슬픈 천재들입니다. 하나님 신앙이 없어 이 땅의 호흡하는 생명에게 골고루 부어진 성령의 평등성을 보지 못하기에 그런 것 아니겠어요? 하나님의 아들, 딸이기에 저마다 고유한 천재성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았음에도 그걸 모르고 있으니 슬플 일입니다.
만물이 성실하게 살아낸 대가로 저마다의 결실을 이루는 이 계절에……. 적어도 칠십 억 지구인 모두가 한 가지 자신감만큼은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재능을 공평하게 받은 생명이라는 것, 성령은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내가 가진 천재성의 개발과 발현, 완성을 위한 힘이 되신다는 것, 그리고 그 천재성은 우리의 생김만큼이나 제각각 다르다는 것! 칠십억의 천재성이 수평으로 널리 퍼진 관계 안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서로 연결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답고 풍요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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